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심강보의 논술탐험] (91) ‘에세이 평가시험’ 글쓰기

주제는 쉬운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 기사입력 : 2011-11-23 01:00:00
  •   



  • 에세이란 무엇일까요? 흔히 자유로운 글쓰기라고 하지만, 논술시험 대신에 에세이를 쓰라고 하면 당황해 하는 수험생이 많을 겁니다. 지난달 한 국립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 수시 지원자를 대상으로 에세이 시험을 치렀답니다. 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들의 반응은 “주제는 쉬운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불안해 하더군요. 이번 논술탐험에서는 에세이 평가 시험에 대해 수험생과 대화 형식으로 알아볼까 합니다.

    글짱: 이번에 그 대학 에세이 시험을 치른 수험생입니다. 모레 합격자 발표가 날 텐데, 아직도 제가 제대로 썼는지 확신이 안 서요.

    글샘: 에세이 평가는 논술시험과 달리 제시문이 없이 자유롭게 쓰는 글이지. 아마 원고지를 채워 나가는 데는 부담 없었을 거야.

    글짱: 그건 그래요. 주제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자. 세 가지를 선택하고, 왜 그것들이 필요한가를 쓰시오’라고 나왔거든요. 시간은 2시간을 주고, 1200자 내외로 작성하는 거였어요.

    글샘: 그 세 가지를 넌 무엇으로 선택했니?

    글짱: 저는 이과계열의 건축 관련 학과를 지망했기 때문에 미래 직업과 연관시켜 세 가지를 정했어요. 내가 지을 집의 설계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건강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혹시 초점이 빗나갔나요?

    글샘: 아니야. 무엇을 정하든 상관없어. 대학 측에서도 ‘일정한 예시 답안은 없다’고 밝혔잖아. 수험생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사고력과 창의성, 의사표현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니까.

    글짱: 집에서 생각해 쓰면 더 논리정연한 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시험장에서 쓰니까 마음먹은 대로 안 되던데요.

    글샘: 그래도 대학에 진학한 뒤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설계’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세워 전개한 건 괜찮았다고 봐. 대체로 그런 방식으로 쓸 수밖에 없을 거야. 다른 수험생들은 어떤 세 가지를 썼는지 아니?

    글짱: ‘수만휘(수능날 만점시험지 휘날리자)’ 카페에 많이 나와 있어요. <꿈, 미소, 편지>, <역경, 믿음, 나눔>, <여유로움, 인내심, 자신감>, <돈, 사람, 열정> 같은 게 있었고요. 아 참, <여자>가 필요하다고 쓴 수험생도 있어서 많이 웃었어요.

    글샘: 그게 왜? 너무 현실적으로 썼다고? 다른 두 가지와 연계해 얼마나 조리있게 전개했느냐가 중요하잖아. 논술이든 에세이 시험이든 다른 수험생들과 차별화된 글을 쓰기 위해서는 평소 준비가 필요하단다. 아직 대학입시를 치르지 않은 중·고교생들도 이런 점을 생각하고, 귀찮지만 글을 써 보는 연습을 하는 게 좋아. 수험생이 됐을 때 논술이나 에세이 시험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도움이 될 테니까. 아 참, 이번에 글샘의 강의를 수강하는 신문방송학과 대학생들에게 <지금 내게 필요한 것 세 가지를 쓰라>고 과제를 냈단다. 그중 한 남학생이 <술, 담배, 고기>라고 썼더라. 그런데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잘 적어 A학점 이상을 줘야 할 것 같아.

    글짱: 대학생들이 쓴 글 중에 잘 쓴 편에 속하는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글샘: 글을 제출한 학생들 모두 무난하게 잘 썼어. 그래도 한 여학생의 글이 참신해 보이더구나. <스티브 잡스의 도전 정신, 오프라 윈프리의 자신감, 캐리비안 해적에 나오는 잭 스패로우의 용기>가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했지. 그냥 <도전정신, 자신감, 용기>라고 썼으면 밋밋할 수도 있었는데, 구체적인 인물을 예로 들며 세 가지를 선정한 게 돋보였어.

    글짱: 그 세 가지를 선정한 이유는 뭐라고 썼던가요?

    글샘: 그 부분은 대략 이렇게 썼더구나.

    ☞ 스티브 잡스의 도전 정신을 갖춘다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이루고 싶은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말을 듣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핸디캡을 이겨 내고 성공한 오프라 윈프리와 같은 자신감이 내게 있다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내 능력을 믿으며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취업을 한 뒤에도 또 다른 경쟁 속에서 살겠지만 잭 스패로우 선장처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으면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짱: 아, 괜찮네요. 진작 알았더라면 나도 그렇게 썼을 텐데 아쉽네요.

    글샘: 다른 대학생들이 선정한 것 중엔 <긍정적 마인드, 나를 찾는 여행, 미래의 시나리오>, <대학 입학 때의 초심, 내가 해야 될 것에 대한 욕심, 불안감을 주는 말에 대한 무심>, <인생이라는 여행을 위한 가방, 믿음이라는 튼튼한 신발, 평생 함께 걸어갈 친구들> 같은 게 있었어. 취업을 고민해야 하는 대학 3~4학년들이다 보니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가 잘 드러나더구나. 대입 에세이 시험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단서조항이야. 앞에 언급한 대학의 에세이 시험 문제를 보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이라는 구절이 있어. 그것은 미래 진로와 연계해 맥이 이어지는 글이 돼야 한다는 뜻이지. 물론 자신만의 관점을 유지하면서 유연한 사고로 써야겠지.

    글짱: 정말이지, 평가받는 글을 쓴다는 게 참 부담스러워요. 저도 대학에 가게 되면 진짜 에세이를 써 보고 싶어요. 그게 자유로운 글쓰기잖아요.

    글샘: 그래. 네가 지원한 대학의 수시 합격자 발표 때 좋은 소식을 기대할게. 행여 네 이름이 없더라도 좌절하지는 말거라. 정시모집이라는 또 다른 도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 보렴. 자, 파이팅!

    편집부장 s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심강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