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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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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김해 무척산 천지

산머리에 닿을 듯 산아래로 흐를 듯
모은암에서부터 50여분 오르면
신비로운 산정호수 눈앞에

  • 기사입력 : 2012-11-29 01:00:00
  •   
  • 김해시 생림면 생철리 무척산 해발 600m에 위치한 호수 천지. 한 점 바람도 없는 고요한 호수에 숲과 하늘이 반영돼 있다.
    천지폭포
    통천문
     



    무척산(無隻山). 뜻을 풀이하면 ‘한 쌍이 될 짝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다. 신어산, 불모산과 함께 김해의 3대 명산이라 일컬어진다. 무척산은 밥상 모양을 닮았다 해 식산(食山)이라고도 하고, 불교계에서는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아 무착산(無着山)으로도 불린다.

    김해시 생림면 생철리에 위치한 무척산은 해발고도 702.5m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암석이 많고 가팔라 오르기가 녹록지 않다.

    몇 년 전 눈이 녹지 않은 겨울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낙엽이 켜켜이 쌓인 초겨울 무척산에 올랐다.

    김수로왕의 아들이자 가락국 2대 거등왕이 어머니인 허 왕후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고 전해지는 모은암 인근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거대한 바위들이 우뚝 솟아 취재진을 맞는다. 다른 산에서는 하나 정도 볼까 말까 한 소위 통천문이 이곳에는 지천에 널려 있다.

    오르는 내내 탁 트인 들판이 왼쪽으로 보여 오를수록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보다는 산허리를 끼고 수직으로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다.

    멀리 오른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쌍봉)는 더 올라서 보니 관모와 닮았다. 정승들이 백성들이 사는 들녘을 관조하는 듯 솟아 있다.

    오른쪽, 왼쪽 쉴 새 없이 꺾어지는 돌길을 올라가며 허벅지에 찌릿함을 느끼는 순간 ‘연리지’가 나온다. 부부 소나무다. 두 그루의 소나무 3m 윗부분이 한 가지로 이어져 있다. 연리지 근처에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힘을 냈다.

    시간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파른 길 탓인지 표지판이 나올 때마다 거리가 많이 좁혀져 있다.

    그래도 가파른 돌산은 쉽지 않다. 전에도 올랐던 산이지만 정말로 산정호수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물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다시 허벅지가 저려올 때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포가 펼쳐진다. 산 정상 부근의 호수 ‘천지’에서 이어진다는 천지폭포. 이제서야 천지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끼 낀 거대한 암벽 사이로 폭포수가 쉼없이 흘러내린다. 바위 위는 곧장 하늘과 맞닿아 있다. 마치 하늘에서 물이 내리는 느낌이다. 이제 호수까지는 300m.

    마치 성벽과 같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돌아 올라가니 갑자기 탁 트인 분지가 나온다. 길도 지금까지의 뱀 같은 길이 아니라 곧장 위로 뻗은 흙길이다.

    물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계곡-이라고 하기에는 작은-이 나온다. 이제 가까워졌나 보다.

    드디어 천지다. 백두산과 한라산에만 있을 것 같은 산정호수가 이곳에 떡하니 나타난다. 산행을 시작한 지 50분 만이다.

    산 정상 바로 아래 탁 트인 분지를 가득 메운 천지는 신비로운 느낌마저 준다. 순간 물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하다. 한참을 천지에 취해 있다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본다. 호숫가를 따라 한 바퀴 둘러보니 곳곳에 거송이 호수의 운치를 더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2㎞니 호수는 해발 600m쯤 되겠다. 둘레는 300여m. 직접 보고도 이런 곳에 호수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천지는 가락국 시조인 김수로왕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수로왕이 죽은 후 지금의 수로왕릉 자리에 묘를 파는데 물이 계속 솟아나와 왕릉 조성이 차질을 빚고 있었다. 이때 허 왕후가 인도에서 시집올 때 수행했던 ‘신보’라는 사신이 무척산에 호수를 파면 물이 멈추리라 해 천지를 만들었더니 진짜 물이 말라 왕릉을 무사히 만들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천지 부근에는 1950년대에 지어졌다는 오래된 교회가 있다. 한국전쟁 이전부터 교인들이 기도를 드린 곳이 교회가 되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무척산은 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족한 산이지만, 그 밖에도 볼거리가 참으로 많은 산이다.

    기암괴석이 빚어내는 각종 바위들, 예를 들면 흔들바위, 남근바위, 희망의 바위, 장군바위, 공룡알바위 등 셀 수 없이 많다. 좋은 산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김해를 굽이 돌아 흐르는 낙동강 본류까지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은 산이기도 하다.

    글= 차상호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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