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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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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19) 우포늪 뉴트리아 포획 동행취재

[동행취재] 트랩에 '놈'은 없고 사냥한 흔적 뿐
길목 곳곳 설치된 트랩엔 ‘놈’은 없고 주변엔 사냥 흔적만…

  • 기사입력 : 2014-01-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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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녕 우포늪 환경감시원인 주영학(왼쪽) 씨와 기자가 우포늪 목포 인근 수초섬에서 뉴트리아 포획을 위해 설치한 덫을 살펴보고 있다.
    뉴트리아가 판 굴 옆에 설치돼 있는 발목 트랩.
    뉴트리아 생포 트랩.
    트랩 주위에 뉴트리아의 배설물이 흩어져 있다.


    창녕군 유어면과 이방면, 대합면 등 3개 면 231만㎡의 드넓은 습지. 갈대와 억새, 가시연꽃 등 수생식물과 겨울철새인 기러기, 고니, 텃새인 박새, 딱새의 보금자리.

    이 모든 수식어는 국내 최대의 자연습지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우포늪을 설명하는 말이다.

    우포늪은 지난 1997년 환경부로부터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으며 1998년 3월 2일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됐다.

    이어 1999년 8월 9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추가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포늪 생태계가 ‘놈’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붉은 빛의 긴 앞니에 잿빛이 섞인 갈색 털. 다 자라면 몸길이 60cm에 꼬리까지 합쳐 1m에 이르고 몸무게도 10kg에 육박하는 남미산 괴물쥐 ‘뉴트리아’가 바로 그놈이다.

    지난 2007년부터 우포늪에서 환경감시원으로 일하고 있는 주영학(67) 씨와 함께 지난 8일 우포늪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놈들을 뒤쫓았다.


    ◆흔적 발견=?지난 8일 오전 11시. 전날 오후부터 날씨가 풀려 수은주의 눈금이 영상으로 올랐다. 우포늪의 수면부를 덮고 있던 얼음도 이날 새벽 내린 비로 모두 녹았다.

    창녕군 우포늪 목포 인근에 있는 ‘푸른우포사람들’ 건물 앞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주영학 씨와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놈들을 찾으려면 장대나무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며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우포늪 4개의 포구가 있는 곳 중 소목(우포)으로 안내했다.

    주 씨는 “지난달 15일 3마리를 잡은 것을 끝으로 수면이 얼어 한동안 늪에 들어가지 못해 놈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비로 얼음이 녹은 지금이 놈들을 쫓을 적기”라고 했다.

    두 명이 타기에 버거운 나룻배를 주 씨는 장대로 쉽게 밀고 나갔다.

    잠시 후 포획용 트랩이 설치된 수초섬에 접근했다.

    수초섬에 배를 대자마자 발목 트랩 주변으로 놈의 배설물이 여기저기서 발견됐다. 타원형 모양이었다.

    놈이 뭍으로 올라와 자주 다니는 수초섬 길목에 트랩을 여러 개 설치했지만 운좋게 트랩을 밟지 않고 볼일(?)을 본 뒤 자리를 떠난 것 같았다.

    다른 수초섬으로 옮겨다니며 놈의 흔적을 찾아다. 그러나 지난해 늦가을께 잡아먹은 것으로 보이는 청둥오리의 남은 사체와 입을 다문 채 발견된 발목 트랩 한 개가 전부였다.

    주 씨는 “전날 낮시간, 망원경으로 관찰했을 때 트랩에 걸린 놈은 없었다”며 “닫혀진 발목 트랩은 날이 풀려 얼음이 녹은 새벽 동안 활동하다가 밟은 것 같은데 한 발만 겨우 걸리면서 빠져나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겨울철 먹이 활동=?소목에서 놈의 뒤를 쫓는 것을 포기하고 설치된 나머지 트랩에 놈들이 걸리기를 기대하며 목포로 이동했다.

    물에 그물을 치고 고기잡이를 하는 우포늪 인근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주 씨는 “놈들이 나타나기 전 우포늪은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었다”면서 “한 번만 건져도 가로 70cm, 세로 50cm 정도 되는 큰 플라스틱 통 8개로 한가득 물고기가 담겼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하루 종일 일해야 8통을 채울까 말까 하다”고 푸념했다.

    놈은 주로 수중식물의 잎과 뿌리, 작은 곤충 등을 먹는 잡식성이다.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하면서 물고기와 철새뿐만아니라 인근 농가의 작물까지 먹어 치운다.

    주 씨는 “다른 낙동강 유역의 뉴트리아와 달리 우포늪에서는 놈들이 바깥으로 나오는 일이 없다”며 “그만큼 우포늪이 먹이활동을 하기 좋은 환경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놈들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로 수초 등을 먹으며 살다가 겨울이 되면 수초의 뿌리를 갉아 먹는다.

    또 소목에서 발견된 뼈만 앙상한 청둥오리 사체에서 보듯 물에 떠있는 철새들을 사냥하거나 동면 중인 물고기들을 주로 먹는다.

    목포에서도 트랩이 설치된 수초섬 서너 곳을 둘러봤지만 트랩 근처에 놈이 사냥을 한 후 흩뿌려진 기러기 깃털과 지난해 판 굴을 하나 발견하는데 그쳤다. 더이상 놈의 행방에 대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트랩 효과=?놈을 잡기 위해 우포늪에 설치된 트랩은 현재 50개로 발목 트랩과 생포 트랩, 인공섬 트랩 등 3가지다.

    트랩은 놈이 배변을 하거나 먹이를 먹기 위해 뭍으로 올라오는 곳이나 육상에서 놈이 이동하며 만들어진 산책로 등를 노려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4개 포 인근의 수초섬에 설치돼 있다.

    트랩을 설치한 주 씨는 “가장 효과가 높은 것은 발목 트랩으로 자주 다니는 길목에 잘만 설치하면 본디 야행성이라 눈이 어두운 놈들이 쉽게 걸려든다”고 웃었다.

    인공섬 트랩은 겨울철 놈의 활동성이 떨어지고 수면이 얼어서 접근하기가 어려워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주 씨의 설명이다.

    주 씨는 지난 2007년부터 우포늪에서 잡힌 놈들의 수를 670여 마리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우포늪에서 잡힌 놈은 340마리로 나타났다.

    우포늪은 철새도래지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처럼 엽사를 동원할 수 없고 수초가 많아 뜰채를 사용하기 어려워 트랩으로 놈을 포획하고 있다.

    뉴트리아 퇴치작업은 지난 2011년 109마리를 정점으로 2012년 19마리, 지난해 25마리를 포획했다. 육안으로 발견할 수 있는 뉴트리아는 줄고 있지만 현재 놈의 개체수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우포늪 뉴트리아는 낙동강의 지류인 토평천이 범람하면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서식개체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번식능력이 뛰어나 서식굴의 위치 추적을 통해 잔여 개체를 소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원태호 기자 tete@knnews.co.kr

    사진=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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