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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아이들 다툼에 화내시나요?- 구필숙(창원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15-09-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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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무더위도 지나가고 아침 저녁 풀벌레 소리가 귓가에 들려 차분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가을의 문턱이다. 혹시 찌는 듯한 여름 더위에 불쑥불쑥 화를 내어 아이에게 상처를 남기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을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순간 화가 올라오거나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할 때가 있다. 종종 “내가 이렇게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라고 말하는 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화목’은 고사하고 화가 목까지 치민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현듯 치미는 화가 과연 아이 때문 만일까?

    아이를 키우면서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만약 어떤 순간에도 화가 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에 올라간 사람일 것이다. 그럼 왜 화가 날까?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으로 말한다면 어릴 때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경험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부모의 어릴 때에 채워지지 못한 욕구와 감정이 무의식에 억압돼 있다가 비슷한 상항에 직면했을 때 표출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부모가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야단쳤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아이가 “싫어, 안 할래!”라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마다 화가 치밀 수 있다.

    아이들이 다투거나 심하게 떼를 쓸 때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억압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곳에 바로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자신의 ‘내면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 인지해 볼 필요가 있다.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에서부터 아이와의 관계 회복의 시작일 수 있다.

    분노가 지나간 자리에는 죄책감과 상처가 남을 뿐이다. 아이의 몸이 느끼는 감각은 어른보다 다섯 배 이상 섬세하다고 한다. 배가 안 고픈데 부모가 먹으라고 강요하면 아이는 부모의 말을 따라야 하는지 자신의 몸이 보내는 감각을 믿어야 하는지 몰라서 갈등하게 된다. 가끔 형제자매간에 자주 싸워 걱정이라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싸우면 안 된다고 야단쳐 보아도 좀처럼 사이가 나아지지 않는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아이들이 시시때때로 싸우고 좀처럼 사이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자신의 문제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인지발달이론에서 아이가 엄마(또는 양육자)를 알아볼 무렵인 생후 6~7개월 이후부터 형성되는 ‘대상영속성’의 개념이 있다. ‘대상영속성’이란 아이의 눈앞에서 부모(양육자)가 사라져도 부모 (양육자)의 존재는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인지하는 개념이다. 이 시기에 부모가 옆에 없거나 배려 깊은 사랑을 받지 못해 건강한 애착이 형성되지 못하면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고 형제간에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운다. 형제 자매가 싸우는 것은 새로 산 장난감 때문이기보다는 ‘나를 더 사랑해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엄마는 아이가 하나일 때는 온갖 정성을 다해 아이를 잘 키운다. 그런데 아이가 둘이 되면 그때부터는 육아가 몹시 힘들어진다. 아이가 둘이 되면 두 배가 아닌 네 배의 수고가 필요하기에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게 되고 이때 두 아이가 싸우기까지 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짜증이 많아질 수 있다. 이 순간에 부모로부터 배려 깊은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 생각해보자. 엄마가 아이들에게 골고루 사랑을 베풀었는지도 떠올려보자. 불안정한 애착 형성으로 인해 여전히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존재한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적절한 사랑을 고루 주기가 어려울 것이다. 두 아이 모두에게 특별한 사랑을 주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세상을 흑과 백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모가 아이를 비교까지 하면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싸운다. 부모의 배려 깊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사이에 두고 형제끼리 싸우지 않는다.

    구필숙 (창원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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