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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지방자치의 본질을 누가 훼손하는가- 박중철(마산포럼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15-09-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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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어언 20여년. 지난 1991년 지방의원 선출에 이어 1995년 6월 27일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4대 지방선거가 실시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됐다. 지방자치를 유보한 상태에서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이라 할 수 없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해야 하는 의미와 중요성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말이다.

    오늘날 지방자치의 근간은 주민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지만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주역도 사실 이들이다. 제도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해방 이후 이어져온 정치혼란상의 극복에만 골몰해 오다 마지못해 도입한 결과다. 때문에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부족은 제도 부활 20여년이 지나도 주민을 비롯 선출직 당사자나 자치단체 구성원인 공무원이나 ‘도긴개긴’이다.

    최근 곳곳에서 심심찮게 불거지는 자치단체장과 의회의 불협화음을 보면서 지방자치의 훼손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지방자치의 훼손에는 주민들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권한을 선거를 통해 행사하고도 돌아서서 비난하거나 무관심으로 방관하고 있다. 그저 그때그때 비난만 할 뿐 정작 선거 때만 되면 판단의 근거를 상실할 뿐이다. 하기야 비록 주민소환제도가 있다 할지라도 형식상의 장치일 뿐이고 보면 딱히 주민이 가타부타할 여지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주민들 스스로 지방자치제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올바른 대표를 선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는 선출된 자치단체장이다. 주민에 의해 선출된 자치단체장의 권한은 무소불위다. 권한은 견제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으로 변질되고 있다. 여론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도 자치단체장이 하고자 하면 못할 게 없는 세상이다. 입맛에 맞는 정책의 구사는 물론 막대한 예산의 편성과 집행권에 이어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지니고 있다. 흔히 집행부와 의회의 관계를 말할 때 견제와 균형을 빗대어 수레의 양바퀴라고 말한다. 수레의 양바퀴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수레바퀴의 크기가 같아야 한다. 바퀴의 크기가 서로 다르면 제자리를 맴돌다 만다. 때문에 자치단체장 스스로 바퀴의 크기를 맞추려는 배려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강시장 약의회제’의 현행 제도 하에서 모든 권력은 집행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권위 의식에 젖어 정작 자치의 의무는 다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위 의회 경시 풍조다. 자치단체장은 의회가 개회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본회의장에 집행부의 수장으로서 참석해야 한다. 의회가 주민대표기구인 만큼 의회 참석은 지역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또 자치단체장은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해야 하며 이는 의회제도에 대한 기본 소양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보듯이 자치단체장이 의회를 주민의 대표기구로 보지 않고 상대하기 성가신 존재로 보는 자체가 지방자치의 훼손이다.

    세 번째는 의원 스스로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의회참석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 양상들을 보면 일차적인 책임은 의회에 있다. 의원들 스스로 주어진 권한을 살리지도 못하고 존재감 없이 집행부에 끌려가는 것이다. 의회는 자치단체장의 의회불출석과 답변회피와 같은 ‘고자세’를 기관의 힘겨루기라는 단순한 갈등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본회의장에서 의장의 개회사 역시 단순히 본회의장에 참석한 단체장과 간부공무원들에게 하는 인사가 아니라 해당 자치단체 지역 주민들에게 하는 인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의장의 인사말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본회의장에 자치단체장의 참석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의 훼손을 막는 길은 의원들 스스로 의회라는 지방자치의 소중한 가치를 찾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박중철 (마산포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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