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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밀려드는 유커, 경남은 스쳐가는 관광지- 김재익(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5-09-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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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늘어나고 있다. 경남도를 비롯한 도내 지자체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한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국 관광객 수에 편승한 자연 증가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유치 노력의 결과이든 자연 증가에 묻어 넘어가든 중요한 사실은 중국 관광객이 밀려든다는 것이다. 이들 유커들이 도내에서 먹고 자며 쇼핑을 통해 도내 관광산업은 결실을 하나씩 거둬들여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의 주된 관광지는 다른 곳에 있으면서 도내는 잠깐 머무르는 곳이라는 데 깊은 고민이 있다.

    국내 중국 관광객 수는 지난 2001년에는 48만명에 불과했다. 10여 년 후인 지난해에는 613만명으로 연평균 21.5%씩 가파르게 늘어났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불과 5년 후인 오는 2020년에는 1280만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내 많은 지자체장들이 관광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잡고 앞다퉈 중국으로, 중국으로 출장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듯 물밀 듯 밀려드는 유커들 가운데 일부만 유치해도 하나의 지자체로서는 ‘대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서 경남은 51만1000명이 방문해 전국 17개 시·도 중 7위를 기록했다. 방문 외국인의 상당수가 중국 관광객이다. 그러나 수적인 증가에 맞춰 지역경제에 질적인 기여가 비례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사를 할 때 사람의 왕래가 많은 장소가 목이 좋은 곳으로 영업이 잘되게 마련이다. 이런 이론은 경남을 찾아오는 유커와의 관계에서는 일치하지 않는 거 같다. 유커들이 늘어나도 경남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찌 보면 우리가 그들을 맞을 준비가 부족한 데서 오는 현상이기도 하다. 일례를 들면 통영은 한류드라마의 촬영지가 있는 등 유커들에게 인기 있지만 스쳐 지나가는 한나절 관광지에 그치고 있다. 장사도와 동피랑, 중앙시장 정도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시장에 들르지만 말이 안 통하고 중국어로 된 가격표도 없어 상인들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만 교환하는 게 전부이다. 말과 글이 안 되다 보니 좀처럼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꽤 많이 오는 관광객치고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유커들은 쇼핑과 숙박을 위해 서둘러 부산으로 떠나버린다. 언제까지 중국 관광객 특수를 누리는 부산의 들러리 역할을 해야 하는가.

    도내 지자체들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려 한다면 무조건 “오세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길러내고 중국인들이 쉽게 쇼핑과 관광을 할 수 있도록 도로표지판이나 상점들의 중국어 상품안내·가격 표시 등을 하나하나 정비해 나가야 한다. 이런 사전 준비 없이 유커들을 맞이한다면 결국 ‘속빈 강정’처럼 소득 없는 유치에 불과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자체들은 관광자원과 결합되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중국 관광객의 재방문 비율이 2012년 29.7%에서 지난해에는 20.2%로 크게 줄었다. 이는 서울, 제주, 부산 등 유명 지역 중심의 관광은 단기적인 효과로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경남 지역이 가진 특색있는 볼거리만이 중국 관광객의 발길을 끌 수 있다. 또한 중국 관광객의 입장에서 해양관광이든 건강테마관광이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맞춤형 관광객 유치 전략도 이제는 고민해야 한다.

    중국 관광객이 1000만명 넘게 오더라도 도내로 유입시키고 소비를 유도할 전략이 없다면 항상 남의 잔치에 불과하다.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맹목적인 유치 활동보다는 특화 전략이 가미돼야 한다. 단체 중국 관광객들이 창원과 통영, 진주 등 도내 주요 도시 중심가에서 쇼핑하고 그 지역 숙소로 돌아가는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김재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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