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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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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미술의 소유자와 향유자- 정종효(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 기사입력 : 2015-10-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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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위작 시비 이후 최근 다시 미술계가 시끌벅적하다. 2년 전 미술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작품 중에 이우환 화백의 다수가 위작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다가 잠잠하다 싶더니 다시 위작이 거래되고 있는 갤러리와 관련자들을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위작에 대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나 생사에 대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한국예술원 회원’으로서의 자격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던 한국화의 천경자 화백이 얼마 전에 사망하면서 그동안의 의문은 해소됐지만 유산 분배와 유골을 어디에 둘지에 대한 문제 등 가족 간의 갈등과 금관문화훈장 추서 찬반에 대한 미술계의 이견 등 후유증을 보면서 생전에 거장으로 활동했던 작가가 사후에는 이름과 작품까지 죽어가는 앞선 작가들의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작품을 생산하고 그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볼 때 최근에 일어난 이 두 가지의 이슈들은 서로 상이한 현상이지만 작품을 소유한 컬렉터나 딜러인 갤러리와 옥션에서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먼저 전자의 경우는 작품의 신뢰성에서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행여 진품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이지만 혹시 내 것이 위작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심리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이런 불안으로 작품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조금은 덜 받더라도 작품을 적당한 가격에 내다 팔려는 심리작용에 따라 작품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술시장에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나오는 양에 비해 거래가 원활하지 않다는 현상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후자의 경우, 작품가격이 오르는 요인으로 누구나가 한 번쯤은 생각해봄직한 극히 보편적인 경우이다. 역대 세계적인 작가들도 그랬듯이 작고하는 순간부터 작품이 더 이상 생산되지 못하기 때문에 공급의 중단으로 작품의 희소성에서 본다면 작품가격은 당연히 상승하게 되는 기본적인 원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품의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들이고 내다 팔고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소유자다. 딜러 역할을 하는 갤러리나 옥션의 경우에도 분주한 상황이겠지만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를 위한 역할이고 이런 변화에 따른 작품 유통의 주도적인 영향은 소유자인 컬렉터들에 의해 변화된다. 소유자와 향유자, 이들 둘은 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서로 비슷하게 보이지만 미술에서만 볼 수 있는 묘한 다른 관계이다. 소유자인 컬렉터들은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향후 작가의 활동과 변수에 의해서 작품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예상으로 작품을 소유하게 된다. 옥션에서는 서로 경쟁에 의해 누가 더 많은 돈을 지르고 작품을 차지하느냐 하는 치열한 경쟁으로 소유하기도 한다.

    그렇게 어렵게 소유한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한시적으로 장식을 위해 걸기도 하고 가끔 미술관 전시에 대여하기도 하겠지만 보통은 고가작품의 위험성과 보존을 이유로 작품보관창고로 향하기 일쑤다. 그러다가 가격이라도 내리거나 올랐다고 생각되면 다시 내다 팔게 된다. 수치로 작품을 평가하고 활용하는 소유자의 한계다. 작품에 가슴을 담고 감동하고 또 보고 상상하고 작가를 떠올리고 하는 예술성에 대한 감성의 소유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소유하지 못하는 작품들을 잘 향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갤러리로 미술관으로 작품을 보는 진지함의 눈을 가진 향유자들이다. 비록 유명하고 비싼 작품을 소유하지는 못하지만 그 가치를 넘어 예술성을 알고 많은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마음과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소유할 수 있어야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 향유함으로 해서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엄청난 풍성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미술에서 시작된다.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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