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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역사교과서 어떻게 쓰고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박중철(마산포럼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15-11-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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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재 신채호는 ‘조선의 역사를 쓰면 조선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조선사를 쓰면서 영국과 일본과 미국의 입장에서 기술한다면 이는 영국사 일본사 미국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역사는 역사를 위하여 쓰는 것이고 역사 이외에 무슨 다른 목적을 위하여 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사회의 유동상태와 거기서 발생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쓴 것이 역사지 저작자의 목적에 따라 사실을 좌지우지하거나 덧보태거나 바꾸고 고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여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검인정을 주장하는 논리는 역사교육의 다양성을 논거로 내세우지만, 국정화를 주장하는 정부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현행 검인정교과서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핵심은 교과서 발간 방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가르치는가의 문제다. 역사교육의 목표가 결코 다양성에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 중·고교 과정에서 다양성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교과서에 담길 내용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올바른 소양을 갖추는 정도의 내용이면 족하다. 이념이나 사관의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로 대학이나 역사전공자의 영역이다. 기존의 검인정교과서들이 이러한 준거의 틀에서 일탈한 점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단순히 발간 방식의 ‘국정화’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내용상으로 하자가 없는지를 보자는 것이기에 역사학자들의 책임은 크다.

    한 나라의 역사를 가르치는 교과서가 역사에 대해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이는 나라의 수치요 국민의 비극이다. 그 비극의 원인제공자들은 바로 역사학자들이다. 역사학자들은 단체의 이름으로 국정화 반대와 교과서 집필을 거부하겠다고 나서지만 그들 역시 역사학계의 구성원으로서 역사교과서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차적인 책임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저 가르치는 대로 배울 뿐이다.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어린 학생들은 솜이 물먹듯 흡수할 뿐이다. 그게 영양제인지 독인지 구별할 여유가 없다. 그렇게 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되는 게 국가관이요 역사관이다. 때문에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인식은 변화한다. 특히 역사에 대한 인식은 미쳐 몰랐던 사실들을 아는 순간 의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현행 검인정 교과서는 올바른 역사인식보다는 의식에 방점을 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본을 도외시하고 학계에서조차 검증되지 않은 단편적 사실을 과대포장해 의미를 부여하는 측면이다. 저작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했다는 증거요 교과서로서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야당의 논리는 초라하다. 만들지도 않은 교과서를 친일이니 독재를 찬양했느니 더 나아가 역사를 말살하는 정권이라 외치고 있다. 차라리 이참에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 보자고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라면 철저하리만큼 국수주의 입장에서 민족주의자를 양성하는 우리만의 역사교과서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쓰인 역사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적확하고 객관적이고 균형감각을 가진 자유대한민국의 체제에 부응하는 기본적인 사실만을 수록한 역사서가 바로 교과서가 지향해야 할 가치다.

    ‘역사란 무엇이냐. 인류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발전하고 공간적으로 확대되는 심적 활동상태의 기록이니 세계사란 세계인류가 그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며 조선사란 조선민족이 그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다.’ 단재 신채호의 역사에 대한 정의를 음미하면서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는 어떻게 쓰여져야 하며 어떠한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때다.

    박중철 (마산포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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