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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부모의 건강한 권위- 구필숙(창원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15-1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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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 대학의 바움린드 (Baumrind) 교수는 부모의 양육행동을 애정과 통제라는 두 요인에 따라 분류했다. 애정차원이란 부모가 자녀에게 얼마나 애정적이고 허용적인가 하는 것이고, 통제차원은 아동에게 성숙한 행동을 요구하고 아동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애정과 통제차원이 둘 다 높은 경우는 ‘권위적 부모’ 유형으로 분류했고 부모의 통제차원은 높지만 애정차원이 낮은 경우는 ‘권위주의적 부모(일명 독재적 부모)’ 유형이다. 애정차원이 높고 통제차원이 낮은 경우는 ‘허용적 부모’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바람직한 부모 양육형태는 권위적 부모(일명 민주적 부모)라고 하는데 이런 유형의 부모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항상 대화를 통해 반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자녀의 독립심을 격려하면서, 훈육을 해야 할 때에는 반드시 논리적 설명을 이용한다. 이런 양육유형의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책임감이나 자신감, 그리고 사회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부모가 건강한 권위를 보여 줄 때 자녀에게 나타나는 장점들인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아무리 잘 돌봐 주더라도 아이는 성장하면서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한다. 태어나서 처음 유아교육기관이나 보육기관에 간 아이는 또래와 함께 생활하게 되고 교사와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영유아기에는 자아중심성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아이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아이가 좌절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잘 맺어나가도록 돕는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부모의 건강한 권위다. 낯선 곳이나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고 싶으면 사람들끼리 지켜야 하는 약속이 있구나” “내 마음대로 하면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지내기가 어렵구나” 등을 깨닫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부모가 권위있는 모습으로 양육하고 교육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부모의 건강한 권위는 ‘부모와 자녀의 정서적 결합’에서 나온다. 명령하거나 부모 말을 따르지 않을 때 가하는 벌이 무서워 억지로 따르는 것은 건강한 권위가 아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서로를 소중히 여길 때 부모의 권위는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사랑은 언제나 ‘Yes’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No’하고 말하고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성숙한 부모는 화를 내지 않는 부모가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절한 정서를 표현하는 부모이어야 한다. 비록 어린아이라도 자신이 지키지 못한 약속이 무엇인지 알아야하며 부모가 자신에게 하는 기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성숙한 반응을 보인다면 부모에게 주의를 듣더라도 감정적으로는 불편하겠지만 자신이 부모에게 주의를 들을 만한 행동을 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부모와 교사는 사회적 상황에서 아이에게 하는 기대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자신이 선택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빠가 “잘했다! 진짜 멋진데!”하고 말할 때 그 말을 듣는 아이도 “내가 생각해도 잘한 것 같아. 우리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와! 좋다”라고 생각하며 아빠의 정서에 공감한다면 아빠의 칭찬은 진정한 칭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마음이 함께 만날 때에 비로소 부모는 건강한 권위를 갖는다.

    구필숙 (창원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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