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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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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가르침으로 제 갈길 찾은 공자 제자들

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김시천 저, 더 퀘스트 간, 1만6000원
인간 공자와 제자 ‘관계’로 논어 재구성

  • 기사입력 : 2016-04-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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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의 내용은 어떤 색일까. 논어는 누구의 시선으로 읽어 전달되느냐에 따라 빛깔이 달라지는 존재다.

    논어는 공자 사후 그와 관련된 기록들이 모이고 한참 뒤에 편집된 문헌으로, 기록자의 취지와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된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읽고 전달되는 이의 뜻에 따라 내용의 색깔이 변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논어의 텍스트는 오늘날의 우리가 읽기에는 꽤 불친절하다.

    문장의 뜻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무슨 의도로 건넨 말인지를 명확히 헤아리기가 어렵다.

    저자는 통상 논어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제자 열두 명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논어 속 텍스트의 틈새를 스토리텔링하듯 메워 나간다. 그 결과 그 시대 ‘공자학단’을 이룬 다양한 캐릭터들의 삶은 우리가 기존의 방식으로 논어를 읽을 때와 미묘하게 다른 길들을 보여준다. 다 같은 길이 아니라 각각의 길로 갔음을 드러낸다.

    1부는 논어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통계로 본 논어의 재구성, 상식으로 논어 읽기 등 기존의 시각과 다른 전략을 내놓는다.

    2부에는 공자의 벗이자 제자였던 ‘자로’와 수제자인 ‘안회’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의 이름 뒤에 숨겨진 삶을 조금은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무인 출신이고 나이도 많았던 자로는 공자의 제자가 돼 새로운 삶을 살지만, 그의 개성과 소신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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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달리 안회는 아주 어린 나이에 공자의 제자가 돼 그 가르침을 철저히 익히지만, 신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묵묵히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한다.

    3부에는 이 책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인물인 ‘자공’이 등장한다. ‘공자학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공자 사후 ‘유가’를 확립하는 흐름의 한가운데 선 인물이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추앙하는 위대한 성인 공자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점에 특히 중점을 둬 3부 3장 전체를 할애해 자공을 다뤘다.

    4부에는 세 인물을 다룬다. 유가 전통에서 배반자 취급을 받았으나 합리적 사유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사조의 개척자로 보이는 ‘재아’, 공자의 바람과 다른 길을 찾아간 현실적인 인물 ‘염구’, 그리고 공자의 제자들 중 후대의 영향력으로 볼 때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는 ‘증삼’이다.

    5부에는 공자 사후 유가 내부의 분화와 개성을 보여준다. 여러 나라로 흩어져 유학을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한 자하의 ‘경학’과 자장의 ‘유술’ 등을 다루는 한편, ‘사적인 삶을 향유하려는 독특한 인생관’의 맹아를 보여주는 민자건·중궁·원헌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사람은 살면서 이야기를 남긴다. 논어는 공자와 함께 천하를 주유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뼈대로 한 책”이라고 밝혔다. 전강준 기자 j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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