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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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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유람] 스쿠버다이빙 배우기

올여름 날 찾지마! 잠수탈 테니~

  • 기사입력 : 2016-06-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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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에 없이 이르게 찾아온 더위. 몸은 본능적으로 바다를 갈망한다. 더군다나 지금 사는 곳이 부산인 다음에야! 해병대 출신으로 만능 스포츠맨이자 운수업을 하는 문영태(48)씨. “이왕이면 바닷속을 즐기라”고 권했다. 바닷속? 스쿠버 다이빙을 말함이었다. “바다 위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세계가 펼쳐진다. 더위 따위 고민할 바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거, 위험한 거 아닌가? “걱정은 나중에 하고 일단 따라와 보라”는 그의 강권을 이겨 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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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고 있다.

    부산스쿠버아카데미(051-503-8896) 소속의 배혁록(36) 강사. 14년 경력의 전문 강사다. 이날 그에게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기 위해 모인 이가 여러 명이다. 이미 스쿠버다이빙 경력 4년의 숙련자인 문씨도 참관인 자격으로 함께했다.

    슈트(잠수복)를 입고 납덩어리로 만들어진 웨이트 벨트에 공기통을 짊어지니 엄청 무겁다. 공기통과 웨이트벨트를 합하면 무게가 얼추 20㎏은 나가지 싶다. 안전을 위해 장비를 완벽히 갖췄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마스크, 호흡조절기, 보조호흡기, 부력조절기는 특히 중요하다. 모두 이상 없다.

    배 강사의 인도에 따라 수조 위에 걸터앉는다. 드디어, 입수의 순간. ‘자, 배운 대로 뛰어들면 된다.’ 그렇게 다짐은 하는데, 선뜻 박차고 뛰어들지 못한다. 짙푸른 6m 깊이의 물이 주는 공포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뛰어든다. 부력조절기가 있어 가라앉지 않고 물에 뜬다. 그런데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 “일단 편안하게 뒤로 누우세요.” 배 강사는 그리 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자꾸만 앞으로 엎어진다.

    겨우 균형을 잡고 부력조절기를 조금씩 조정하면서 물속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조금 익숙해지니 쉽게 내려간다. 3m쯤 내려갔을까. 갑자기 눈이 쿡쿡 쑤시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파진다. 귀에서도 쨍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겁이 덜컥 난다. 호흡마저 흐트러진다. 배 강사가 고개를 흔들며 직접 부력조절기를 조절하며 위로 밀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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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고 있다.

    물 밖에 나와 숨을 고른다. 다른 이들은 순조롭게 바닥에 내려서 있다. 영 창피하다. 배 강사는 “평소 어디 아픈 곳이 있느냐?”고 묻는다. 없다고 하니 “내려가면서 이퀄라이징(손가락으로 코를 막고 가볍게 불어 주면서 수중 압력과 체내 압력이 평형을 이루도록 하는 동작)을 제대로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잠시 쉬고는 다시 도전. 이퀄라이징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느낌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코를 잡고 가볍게 훅 불어준다. 훨씬 편하다. 생각보다 순순히 내려간다. 바닥에서는 이미 다른 멤버들이 다양한 수중 동작을 연습 중이다. 배 강사의 신호에 따라 함께 걷고 유영하기를 반복한다. 어렵잖게 따라 할 수 있을 정도. 6m 물속의 공포는 그렇게 조금씩 사라져 갔다. 이전에 몰랐던 또 다른 세계에의 첫 경험. 실제 바닷속은 얼마나 경이로울까. 괜한 자신감이 가슴 안에서 무럭무럭 솟아올랐다.

    스쿠버를 즐기기 위해선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쿠버숍이나 개인 아카데미, 생활스포츠기관 등 가르쳐 주는 곳은 다양하다. 단,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강사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수중·핀수영협회(http://kua.sports.or.kr)를 비롯해 한국잠수협회 (http://www.kuda.or.kr) 등 여러 단체에서 강사 자격을 부여한다. 교육과정은 단체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크게 교육생과 강사 과정으로 나뉜다.

    초급자들이 실제 바다로 나가 실습하려면 미리 이론교육과 다이빙 풀 실습을 마쳐야 한다. 초급 과정에서 배우는 기술은 어렵지 않다. 수영이 가능하면 좋지만 못해도 큰 상관이 없다. 누구나 하루 2~3시간, 1주일 정도면 기본적인 다이빙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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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은 특성상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한다. 수중 마스크(수중안경)를 비롯해 수중에서 추진력을 더하기 위한 핀, 스노클, 다이빙 슈트, 잠수를 돕기 위한 웨이트벨트, 조끼 형태의 부력조절기, 압축공기탱크 등은 물론 탱크 속 공기 잔량을 알려주는 잔압계, 수심계 등 여러 측정 도구도 갖춰야 한다. 이를 개인적으로 모두 구입하려면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 정도 든다. 고가 레포츠인 셈인데, 다행히 교육과정에서는 대부분 수강료에 장비 대여료가 포함돼 있다. 수강료는 초급 과정의 경우 60만~70만원 정도다. 교육 과정을 마치고 자격증 (수료증)을 딴 후 실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데도 장비를 대여해 주는 업체가 많다. 대여료는 하루 4만~5만원 정도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다이빙 명소가 셀 수 없이 많다. 남해와 동해는 물이 맑아 시야가 좋고 기암괴석과 대형 어류가 많아 초보자들이 좋아한다. 그에 비해 서해안은 간만의 차가 심하고 시야가 흐려서 중급 이상 다이버라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부산의 경우 태종대 앞바다를 자주 찾는다.

    그러나 배 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는 제주도에 집결돼 있다. 특히 제주도 동쪽의 성산 일출봉과 섭지코지 일대는 최고 30m의 수심에 자리돔과 다양한 열대성 어류가 살며 바다 자연경관이 잘 관리된 곳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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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고 있다.

    이곳에 장비를 갖추고, 바닷가에서 물속으로 몇 걸음만 걸어 들어가면 별세상이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해초가 다이버를 반기고, 바위와 해초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숨바꼭질하는 재미를 안겨 준다. 하루라도 빨리 해양실습을 나가자는 재촉에 배 강사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며 “초보자인 만큼 안전을 위해 바다가 평온한 날을 기다려 보자”고 달랬다.

    조급함을 나무라기도 하는 듯 다이빙 풀 실습 후 1주일이 지나도록 연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로 바다는 평온한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 봐야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기다려라 바다여! 조만간 너의 그 은밀한 속살을 반드시 보고야 말 테니!”

    글= 부산일보 임광명 기자

    사진= 부산일보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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