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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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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4 - 김수부

  • 기사입력 : 2016-10-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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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문득

    그대 향한

    쪽빛

    그리움



    깨무는

    풍경마다

    피가

    맺히고



    내 마음의

    빈자리

    바람이 불어



    시월의 창문 너머

    구름 한 점

    ☞ 지구상에서 감정을 가진 인간이 등장한 이후로 동서고금을 통틀어 마냥 수줍고 가슴 떨리지 않았던 첫사랑이 있을까만, 어느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영원한 떨림이며 그리움입니다. 그러고도 충분히 남을 일입니다.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을, 그것도 시월에 그리워하는 시를 가만히 읽어 봅니다. 쪽빛 그리움에 기댄 시인은 첫사랑에게로 향한 마음 자락에는 늘 깨무는 풍경마다 피가 맺히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절절한 그리움인지, 빈자리마다 바람이 불어오고 불어가도록 창문 너머의 구름 한 점에도 아련해합니다. 시인의 기억과 추억 속에 자리한 첫사랑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아마도 첫사랑에 대한 애절함은 영원히 지속될 겁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고 심지어 첫사랑이니깐 말입니다. 산업화와 문명의 발달로 실생활에 편리한 기기들 사용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참으로 웃기는 일이겠지만, 손도 제대로 잡지 못해 쩔쩔맸을 그 첫사랑의 시절, 그때의 한없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던 연애세포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어떤 이념이나 그 어떤 신앙으로도 어쩔 수 없었던 그대의 첫사랑까지도 말입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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