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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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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팔 - 문복주

  • 기사입력 : 2017-06-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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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나를 안을 때

    나는 기다란 팔을 생각한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폭 안고 캄캄한 세상을 건너

    내가 눈을 떴을 때

    놀라운 세상이 나타나는 기다란 팔을 가진 사람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은 세상에 없다

    나는 지금도 잠자면서 기다란 팔을 가진 사람이

    나를 안고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을 꿈꾸며 잔다

    숨쉬기도 힘들게 나를 껴안고

    꽃이 가득 핀 저 세상으로 너를 데려다줄게

    말하는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

    아직도 기다리며 나는 잠든다



    ☞ 시를 읽다 보니 어릴 적 동화로 만난 ‘키다리 아저씨’가 생각났습니다. 또 유독 손을 잡거나 사람들을 안은 형태로, 밝고 아름다운 색채를 사용한 샤갈의 부드러운 그림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키다리 아저씨나 샤갈은 아마도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대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이 그 바라봄이야말로 키다리 아저씨도 되고, 샤갈이 되어 거짓 없는 사랑의 감정을 여러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본문에도 나오지만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폭 안고서 캄캄한 세상을 건너, 꽃이 가득 핀 세상으로 데려다줄 사람을 꿈꾸고 싶다고 합니다. 그대가 기다란 팔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꿈과 상상력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는 그대에게 오늘은 이 시를 펼쳐 보입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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