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먼 사람아
엇갈린 길목에서
봄여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더니
이 가을
풀 초롱 들고
어느 결에 왔느냐
☞ 구절초를 사람에게 잇대고 있다니. 그것도 늘 엇갈린 ‘먼 사람’에게로. 봄여름을 내내 기다렸건만 돌아오지 않더니 이 가을에 풀 초롱을 들고 왔다고 한다. 이 얼마나 지극한 기다림과 섬세함이 묻어 있는가? 스쳐 오가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먼 사람을 끝없이 기다릴 줄 아는 시인의 다함없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구절초는 쑥부쟁이와 비슷한 꽃 모양이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피는 시기도 비슷하여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구절초는 흰색 혹은 옅은 분홍색이고 쑥부쟁이, 벌개미취는 보라색 꽃잎이라 구분이 쉽다. 또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채취한 것이 약효가 좋다 하여 구절초, 줄기의 마디가 단오에는 다섯, 중양절에는 아홉 마디가 된다는 뜻의 구와 중양절의 ‘절’, 혹은 꺾는다는 뜻의 절자를 써서 구절초라고 한다. 이런 구절초의 특징을 잘 알고 시인은 구절초에게 시선을 주었을까? 길가의 구절초에게 다시금 눈길을 주게 될 것 같다. 정이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