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6일 (화)
전체메뉴

저문 가을, 은행나무 - 옥영숙

  • 기사입력 : 2017-11-02 07:00:00
  •   
  • 메인이미지


    그곳은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선방으로

    피붙이 하나 없고 집 없는 노후도

    뜻 모를 도시의 소음도

    화두로 삼는다



    틈틈이 법문 듣고 참선하는 눈빛들

    바람 잦으면 죽비소리 하늘을 흔들고

    얼마나 큰 형벌인지

    황등을 밝혀 든다



    난해한 잡념으로 뒤척이는 가지마다

    육신의 때를 벗는 씨알 같은 땀방울은

    선승(禪僧)의 깨달음일까

    사리 되어 남는다

    ☞ 용문사 그 나무에도, 부석사, 도동서원 그 나무들도 지금은 죄다 황등을 밝혀 들 계절입니다. 단아한 시조를 읽으면서 그곳들의 은행나무를 만납니다. 시인은 고즈넉한 절집 가까이에 있는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한 선방에다 우리 모두를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참선의 길로 인도하면서 죽비소리는 당연지사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제멋대로 자란 가지 모양새는 잡념으로 가득한 마음의 때를 벗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약한 냄새를 지닌 은행 열매마저도 선승의 사리로 치환시키고 있습니다. 그대도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황등을 켠 그 나무 아래서 오래도록 서 있어 보기를 권합니다. 정이경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