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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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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 김연동

  • 기사입력 : 2017-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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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게 물든 서편 하늘 노을이 타는 길로

    폐지 실은 유모차에 할머니가 끌려간다

    구겨진 신문지처럼

    휜 삶도 접어 얹고,



    황혼을 높이 나는 꿈꾸는 새가 되어

    마지막 일력까지 태우고 싶다지만,

    적멸에 이르는 길섶

    산그늘이 짙어온다

    ☞한 편의 문학 작품을 통하여 감동(희로애락을 포함한)을 하거나 피하고 싶은 현상을 마주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후자에 속하고 있습니다.

    유아들의 전유물인 유모차에 폐지를 실은 할머니의 휜 허리처럼, 구겨진 신문지처럼, 휘어진 삶도 접어 얹은 할머니가 끌려가다시피 가고 있다니. 시인은 궁핍한 삶을 아프게 짚어 시조를 읽는 우리 모두에게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합니다.

    또 유모차를 제목으로 삼은 노련미도 시인의 저력을 한 단계 높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유아와 노인을 비교대상물로 삼아 노을 타는 길과 적멸에 이르는 길섶에 이르기도 하고, 산그늘 짙어 오는 곳으로 안내하면서 ‘저물어감’에 대한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시간에 대하여 우리도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를 해야 합니다. 지금 11월이기 때문입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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