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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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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을 수 없는 일이야 - 파시즘의 등장 “있을 수 있는 일이야”

美 첫 노벨문학상 받은 싱클레어 루이스 작품
대통령 당선된 美 상원의원의 독재 정치 담아

  • 기사입력 : 2018-0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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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10년이 지난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 대공황이 온 유럽을 휩쓸며 사회와 경제를 마비시켰다. 사람들은 고통에 휩싸였고, 불안에 빠졌다.

    한편 191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파시즘이 1930년에 이르러 유럽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극단적 전체주의 이념 혹은 지배 체제인 파시즘은 유럽의 위기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그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유럽의 혼란을 바라보던 미국에서는 ‘미국에 파시즘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럽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정치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싱클레어 루이스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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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의 주인공은 미국 상원의원 버질리어스 윈드립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가난하고 성난 유권자들에게 미국을 다시 한 번 자랑스럽고 번성하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대통령에 선출된 후 공약을 모두 폐기한 것처럼 군사법을 제정한다.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국가의 행정구역을 재현하고, 언론과 대학을 장악한 후 의회와 사법부의 견제를 무력화시킨다. 이렇게 윈드립은 온 나라를 점점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이 소설의 결말은 매우 충격적이다. 말도 안 되는, 기가 막힌 일이 정말 벌어지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 광경을 보며 소설 속 인물들이 말한 것처럼 이렇게 외칠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또한 독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온몸이 짙은 어두움에 휩싸이는 것을 느끼며, 전율하게 될 것이다. 탈출구가 없는 디스토피아 그 자체를 맛볼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손꼽히는 작품은 <동물농장>, <멋진 신세계>, <1984>이다. 이 작품들은 매우 유명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내용이 무척 암울하지만 현실의 문제점을 생생하고, 정확하게 짚어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저 목록에 한 권을 더 추가해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를 말이다.

    미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받은 싱클레어 루이스가 쓴 이 소설은 출간된 지 80년이 넘었음에도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우리에게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서 말했듯이 매우 충격적이고, 암울하다. 이 작품은 너무도 암울해 독자의 상상에 맡긴 결말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 더 이상의 희망은 없을 것만 같다. 아니, 희망은 있다. 단 결말 이후에 독자가 새롭게 써야 할 앞날에 대한 희망은 없을 것이다. 대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실을 사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이 소설의 결말이 너무도 암울하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결말을 거부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냥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이 작품에서 드러난 대로 우리가 가장 안정성 있는 정치 체제라고 굳게 믿는 ‘민주주의 체제’도 결코 완전하지 않고, 안전하지 않음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우리의 근거 없는 믿음과 자신감을 깨부순다. 도리머스 제섭은 윈드립이 대통령이 되면 독재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계속 경고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마치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결국 도리머스의 말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나지만, 우리는 잔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도리머스는 쫓기고, 그의 말을 무시하던 사람들은 독재 정부에 빌붙어 목숨을 연명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도리머스의 깊은 독백이 안일했던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서미석 옮김, 현대지성 펴냄, 1만3800원

    양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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