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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술은 아무거나 마셔도 되는데

  • 기사입력 : 2018-02-0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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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학 최재호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사회공헌사업에 몰두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간 뒤 온라인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술은 아무거나 마셔도 되는데, 무학이 좋은데이가 경남도민들에게 외면받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경남에서 사회적책임경영(CSR)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술은 아무거나 마셔도 되는데’라는 전제에는 소주에서는 소주맛이 날 뿐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숨어있는 듯하다.

    좋은데이나 참이슬이나 대선이나 ‘사실’ 맛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댓글의 방점, 달리 말해 무학이 새겨들어야 할 충고는 앞이 아니라 뒤, ‘사회적책임경영(CSR)’에 찍힌다.

    무학은 ‘좋은데이’라는 기린아를 앞세워 경남과 부산을 접수하고 수도권 판로를 뚫었다. 주류업계 카르텔이 얼마나 견고한지 짐작해본다면 박수 받아 마땅한 성과다.

    그러나 2017년은 모두에게 다사다난한 해였고, 무학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무학은 ‘조급하게’ 됐다. 부산의 반을 대선에게 내주었고 도내에서는 진로가 무섭게 추격 중이다.

    급기야 무학은 지난해 말 창원공장에서 ‘CEO와의 대화의 장’을 열고 “수도권 진출 과정에 놓친 점이 있었다. 지역을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영역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환경적 관심사들을 수용해 적용함으로써 이해 당사자들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이루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그래, 우리 서로 상호작용이 좀 안 됐던 것 같다. 도민들은 무학이 지역을 위해 한 것이 없다 여긴다. 무학은 무학대로 수십년간 지속해온 지역공헌사업이 빛을 보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여기에는 무학이 지역을 위해 묵묵히 노력했던 점을 도민들이 외면한다는 섭섭함도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서로 조금 더 솔직하고 정교한 대화를 해야 할 시점이다.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학이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지역공헌사업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이에 도민들은 흔쾌히 좋은데이를 마시리라. 술은 아무거나 마시면 안 되니까.

    김유경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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