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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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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 창원 웹툰작가 곽동주 씨

꿈 이룬 웹툰작가, ‘노벨상 수상’ 꿈 향해 도전

  • 기사입력 : 2018-04-2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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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살, 좋아하던 만화 ‘초시공전사 넥스트’가 5권으로 완결돼 버렸다. 아쉬움에 속이 상하던 소년이 꺼낸 것은 종이와 펜이었다.

    그리고 마음 가는 대로 다음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보여줄 사람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그릴수록 신명이 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개월 후 ‘초시공전사 넥스트 후속작’ 한 권이 완성됐고, 소년은 뭔가 달라져 있었다.

    몸속 어딘가에서 만화가의 피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웹툰 작가 곽동주(34)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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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작가 곽동주 씨. /김승권 기자/



    ▲9년 차 웹툰 작가

    곽 작가는 지난 2월부터 매주 월요일 네이버북스 웹툰 ‘서른넷’을 연재하고 있다. 작가와 같은 또래인 34세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순정만화다. 올해로 데뷔 9년 차인 곽 작가의 작품은 스타 작가처럼 유명하진 않다. 그렇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실력 있는 웹툰 작가 중 한 명이다. 2010년 미국 웹툰 사이트로 데뷔한 후 3편의 작품을 국내외 웹툰 사이트에서 연재했다.

    “우리나라에 웹툰작가가 1만명에 달한다고 해요. 웹툰작가는 인지도와 실력으로 평가되는데, 전 제가 그중에서 500등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요.(웃음) 물론 인지도를 더 높여야겠죠. SNS 등 채널로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웹툰 작가인 그의 일상은 일주일 단위로 흐른다. 주 5일은 하루 18시간씩 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 마감 직후 24시간뿐이다.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다.

    “경력이 제법 됐지만 웹툰이 쉽게 그려지는 날은 거의 없어요. 통상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잘 안 그려지는 날입니다. 그러다 한 달에 한 번꼴로 그림이 잘 그려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정말 웹툰을 하는 재미를 느끼죠. 그래서 스스로 훈련을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매일 1시간씩 크로키(속사화) 훈련을 하고, 어떤 이야기든 기승전결로 스토리를 만드는 훈련도 하고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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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동주 웹툰 작가가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의 미술학원 내 공동작업실에서 자신이 그린 만화 캐릭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그림을 동경한 아이

    곽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리는 사람’을 꿈꿨다.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도 손에 뭔가를 쥐고 끄적이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는 그 습관의 기원을 아버지에게서 찾았다.

    “아버지 직업이 금형 설계사셨죠. 20~30년 전에는 손으로 설계도를 그렸는데, 하루 종일 뭔가를 그리고 계신 아버지의 등 뒤에서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리는 흉내를 내며 놀았어요. 그때 보았던 아버지의 등이 저에게 열심히 사는 사람의 실루엣으로 각인된 것 같아요. 아버지처럼 그리는 사람을 동경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그리는 사람이 되는 것을 반대했다. 더 안정적인 직장을 권했다. 당시 만화가는 지금처럼 선호 직종이 아니었다. 부모님 몰래 그림을 그리던 그는 결국 그림으로 대학의 디자인학과에 진학했고, 대학에서 광고영상 디자인을 전공했다. 하지만 영상보다는 만화가 늘 재미있었다. 광고도 거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영화사 일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영화나 영상 일은 뭔가 좀 안 맞는 기분이 들었어요. 늘 만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군대에 입대해서 2000년대 초반 웹툰이란 형식을 처음 접했죠. 독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문화가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 전에는 만화는 작가가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형식이었거든요. 매력적이었죠. 군대 말년부터 웹툰을 준비했고, 운 좋게 제대 후 바로 데뷔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데뷔 후 미국 웹툰 사이트 ‘타파스(tapas)’에서 첫 계약금 100만원을 받았을 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계약금은 스물여섯의 청년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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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에서 웹툰작가로 산다는 것

    데뷔 이후 서울에서 웹툰을 그리던 곽 작가는 10여 년 만에 고향 창원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웹툰 관련 사업을 벌였다가 큰 실패를 맛본 뒤였다. 그는 지역에서 작가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고, 웹툰 작가에 잘 맞다는 이름 ‘동주’로 개명도 했다.

    “서울은 이미 웹툰 시장 과포화 상태였고, 지역은 웹툰 문화에 대한 기반이 거의 없었어요. 학창시절에도 창원에는 웹툰을 배우거나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갑갑했거든요. 그래서 뜻이 맞는 사람들 여러 명과 웹툰 학원, 웹툰 창작실을 만들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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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2017년 4월 창원 상남동에는 ‘아톰만화학원’이 만들어졌고, 지역 웹툰 작가들과 공동으로 일할 수 있는 작업실과 학생들을 교육하는 강의실이 함께 꾸려졌다. 취재진이 찾았던 날에도 작업실에서는 5명의 지역 웹툰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역에서 웹툰 문화를 활성화시키겠다는 포부로 오긴 했는데, 지역에서 일을 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더라고요. 서울이나 대도시에 비해 정보나 교류에서 소외되더라고요. 정부의 작가 지원사업도 설명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니 가기가 쉽지 않고요. 그래도 지역에서 함께 일하는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것은 성과예요. 수소문하니 경남에도 10여 명의 웹툰 작가가 있더라고요.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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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꾸자 청춘들이여

    서른넷, 이미 웹툰 작가라는 꿈을 이뤘지만 그는 또 매일 그 이상을 꿈꾼다. 인기 있는 작가가 되고 싶고,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다.

    “저의 최종 꿈은 밥 딜런처럼 만화로 노벨 문학상을 받는 거예요.(하하) 만화로도 훌륭한 문학성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고 자신해요. 남들이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꿈을 향해 가다 보면 조금은 더 가까이 가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청춘블루스 공식 질문인 꿈꾸는 지역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스스로를 인생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좋겠어요. 주변이나 세상에서 하라고 하는 대로 말고 자신의 힘을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세요. 저도 넘어지고 부딪히고 하면서 벌써 여기까지 왔잖아요.”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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