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생활 속의 풍수지리] 고승은 갔으나 터는 있구나

  • 기사입력 : 2018-05-04 07:00:00
  •   
  • 메인이미지


    광양시 옥룡사는 풍수의 선구자였으며 우리나라 불교와 민속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선각국사 도선(先覺國師 道詵)이 35년간(864~898) 머물다가 입적한 유서 깊은 곳이다. 옥룡사는 8세기 초 통일신라 때 백운산(1218m)의 한 지맥인 백계산(505m) 남쪽에 창건됐다고 전하는데, 1878년 화재로 불타고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현재는 터만 남아 있어 ‘광양 옥룡사지(光陽 玉龍寺址·사적 제407호)’로 불리고 있다. 절 동편 비석거리에는 도선국사와 통진대사(洞眞大師)의 부도와 비석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인 1920년경 파손됐다고 한다. 1997년부터 시작된 발굴조사에서 건물 터와 비석 조각을 찾아냈고, 도선국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과 관을 발견했다. 도선국사는 옥룡사 주변의 땅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동백나무를 심었으며, 현재 7000여 그루의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489호)’이 조성돼 있다.

    옥룡사지는 조롱박 형상이며 들어서는 입구인 수구(水口·기운이 드나드는 곳)는 좁으면서 사행로(蛇行路·뱀이 기어가는 형상의 길)로 돼 있어 생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했다. 주산(뒷산)과 좌청룡(좌측산), 우백호(우측산)는 ‘병풍산’으로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마치 병풍처럼 ‘터’를 감싸고 있으며, 안산(앞산)은 조산(안산 뒤의 산들)과 함께 적절한 형상과 높이를 갖춘 유정한 산으로 외부에서 ‘옥룡사지’가 전혀 보이지 않게 관쇄가 잘 돼 있다. 역시 풍수대가다운 높은 식견으로 자리 잡은 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선국사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엔 수령 350년 된 느티나무가 우뚝 서 있고 더 들어가 마을과 근접한 입구에도 350년 된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바위와 함께 위치해 마을의 생기를 묶어두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위의 상태는 양명하면서 모가 나지 않고 ‘지의류’가 자라는 것으로 볼 때, 좋은 기운이 흐르는 청정한 마을임을 알 수 있었다.

    광양시 봉강면에는 1910년 일제 강점에 항거해 자결 순국한 황현(黃玹·1855~1910)의 생가가 있다. 황현은 1888년 생원시에 급제했으나 부정부패가 만연한 현실 정치에 실망해 관직에 진출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지냈다. 1864년부터 1910년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상을 기록한 ‘매천야록’을 남겼다. 1910년 8월 일제가 한국을 병탄하자 절명시 4수와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생가는 소박한 목조 초가지붕이지만, 기품이 있으면서도 안정된 모양새를 갖췄다. 생가에서는 34세까지 살았는데, 29세에 특설보거과(特設保擧科)에 급제했고 34세에 생원시에 장원급제했으나 낙향해 구례에 살면서 호양학교를 설립하는 등 후진 양성과 학문에 몰두했다. 생가는 남향이며 무득무해(無得無害·득도 없지만 해도 없음)한 터로서 안산(앞산)의 형상이 문필봉(文筆峰·붓끝 모양의 산)으로 조선 말기 대학자의 흔적이 엿보였다. 생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황현 선생의 묘소가 있으며, 입구엔 선생을 추모하는 재실인 영모재(永慕齋)가 있다. 묘소 주변은 사방을 감싸듯이 산들이 빙 둘러 있어 흉풍이 없었으며 안산은 잠두봉(蠶頭峰·누에머리 형상의 산)으로 보기가 좋았다. 조부 황직 묘소 아래에 황현의 묘소가 있는데, 조부의 묘소는 다소 경사가 가파른 곳에 있으며 황현 묘소가 비록 인작(人作·사람이 가꿈)은 했으나 편안하게 머무는 자리였다. 편안함을 느끼면서 머물고 싶은 곳은 음택(무덤)이나 양택(주택) 모두 길지에 해당한다.

    최근 현재 살고 있는 집과 이사할 집의 풍수 감정을 하기 위해 서울에 갔었다. 의뢰인이 사는 곳은 반지하 전셋집인데, 거실과 방의 기운이 모두 냉(冷)할 뿐만 아니라 땅속에서 지속적으로 ‘흉한 기운(殺氣)’이 올라오고 있었다. 냉기(고기압)는 가라앉고 온기(저기압)는 떠오르는데, 반지하는 항상 냉기가 감도는 곳이어서 질병을 앓기 쉽다. 의뢰인 또한 이사하고 1년 정도 지나자 여러 병을 앓게 됐다고 했는데, 빠른 시일 내에 이사하기를 당부했다. 이사할 집은 1층 주택으로 안방의 기운이 좋으며 작은방과 거실도 대체로 무난하나 현관문과 화장실의 냉기가 부딪치기에 화장실에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설치하도록 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