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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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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16) 플라스틱의 역습 ‘미세 플라스틱’

소금·물·공기 중에도… 몸속 파고드는 ‘보이지 않는 위협’

  • 기사입력 : 2018-05-3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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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렴한 가격에 유리, 나무, 철, 종이, 섬유 등을 대체하는 무궁무진한 활용성,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1930년대에 최초로 등장한 이래로 100년이 되지 않은 기간 동안 플라스틱은 인류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그 편리성으로 인해 포장재부터 가구와 의복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을 잠식한 플라스틱은 잠식을 넘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플라스틱은 다른 소재처럼 녹슬거나 썩지 않는다. 인류가 만들어온 플라스틱은 지구 어딘가에는 계속 존재하게 된다.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은 지구 환경 오염의 주범이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은 생태계를 교란시켜 결국 먹이사슬의 끝인 인류에게 큰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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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미 온두라스 카리브해에 플라스틱으로 둘러싸인 쓰레기섬을 배가 가로질러 가고 있다./inhabitat/


    ◆플라스틱 쓰레기= 플라스틱이 발명된 이후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그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플라스틱 사용량은 50년 동안 무려 2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해 유엔은 세계의 플라스틱 병을 4800억개로 집계했고 2021년에는 5830억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용량의 증가만큼 쓰레기의 양도 늘어가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역사는 100년 남짓이지만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는 수백년이 걸린다. 지구는 점점 더 쌓여 가는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그 많은 플라스틱은 어디로 갈까?

    유엔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만 최소 480만t에서 최대 127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이러한 속도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와 플라스틱의 비율이 1:1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지난 1997년에 발견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는 2009년에 두 배 가까이 커져 한반도의 7배로 커졌다. 바다 쓰레기섬의 90%가 부유하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분해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게 쪼개진다. 바로 미세 플라스틱(마이크로비즈·microbeads)이다.

    ◆미세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이 위험한 것은 작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더 많은 오염물질을 흡착하거나 제조과정 중 첨가된 화학물질을 배출하기도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이 부서지면서 생성되지만 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으로 처음부터 미세 플라스틱으로 제조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부 제품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피부 각질 제거에 효과 있는 세안제나 치약 속에 든 작고 꺼끌꺼끌한 알갱이가 미세 플라스틱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너무 작아 하수처리시설에 걸러지지 않고, 강과 바다로 그대로 유입된다. 작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물고기 비늘에 박히거나 아가미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다. 해양 동물들은 플라스틱 때문에 다치거나 죽는다. 미역이나 김과 같은 해조류나 산호초, 굴 등도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플라스틱을 먹은 굴은 성장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며 내분비교란물질을 배출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나일론 등이 포함된 석유화합물이기 때문에 오염 물질과 만나 생태계 교란을 야기한다. PE와 PP 조각은 폴리염화비페닐이나 DDT 같은 독성 화학물질과 비스페놀A 등의 내분비교란물질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 바다 생물에게 먹힌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인간의 몸속에 도달하게 된다.

    바닷물로 만든 소금의 경우는 평균 1㎏당 550~681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장 섭취량에 맞춰 이 소금을 먹으면 1년에 1000개의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를 섭취하는 셈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시간이 흐를수록 햇빛과 파도 등에 의해 더욱 잘게 쪼개진다. 학계에는 1㎜의 1000분의 1인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미세 플라스틱도 보고된 바 있다. 크기가 작아질수록 식수 오염과 심지어 공기 오염 등 오염의 영역은 매우 광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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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약에 함유된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그린피스/


    ◆플라스틱 규제 움직임= 미세 플라스틱의 심각성 때문에 각국은 관련 규제를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 ‘마이크로비즈 청정해역 법안’이 통과되면서 물로 씻어내는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으며, 스웨덴에서는 화장품에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부터 미세 플라스틱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에서 미세 플라스틱 환경 영향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2020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중요하다. 영국은 지난달부터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올해 안에 빨대와 음료를 젓는 막대 등에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캐나다 밴쿠버시 역시 내년부터 음식점 등에서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냈고 스위스 일부 도시에서도 비슷한 조례가 제정됐다. EU(유럽연합) 또한 최근 플라스틱을 주로 사용하는 면봉, 빨대, 식기 등 10가지 제품을 만들 때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적인 대체 물질을 사용하도록 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EU 회원국들이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병의 90%를 수거하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5월 10일 발표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50% 줄이는 방안이 논의됐고 이에 따라 2020년까지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이 무색으로 전환되는 등의 내용이 거론됐다.

    ◆미세 플라스틱 대처 어떻게 해야 할까=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문제는 이미 1960년대에 제기됐지만 지구촌이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 방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미세 플라스틱의 심각성으로 인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각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도 절실하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피부 스크럽제, 세안제, 치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제외하겠다고 발표했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7월부터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화장품의 생산 및 수입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기업마다 정책에 대한 적용 범위가 제각각이어서 기업의 자율적 규제로는 미세 플라스틱 감소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ecofem.or.kr)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브랜드와 제품명 또는 미세 플라스틱이 의심되는 성분을 포함하거나 대체 계획을 밝히지 않은 제품 명단이 나와 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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