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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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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 팔도유람] 하늘이 허락해야 갈 수 있는 섬 '울릉도'

‘비밀의 숲’ 품은 ‘신비의 섬’

  • 기사입력 : 2018-07-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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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가 만든 천혜의 풍경인 해식동굴 사이를 걸으며 신비로운 사파이어 빛의 바닷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행남 해안산책로.


    쉽게 오갈 수 없어 더욱 신비롭게 여겨지고 갈망하게 되는 여름 여행지, 바로 울릉도다. 울릉도는 하늘이 길을 허락해야만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섬이다. 동해의 거센 물살 탓에 풍랑이 거칠면 배가 결항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뱃길도 멀다. 포항에서 217㎞, 후포에서 159㎞ 떨어져 있어 쾌속선이라도 2~3시간 배를 타야 한다. 왕복 길을 생각하면 일정 중 하루를 온전히 오가는데만 소요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지는 독야청청(獨也靑靑) 고집스럽다. 짙푸른 동해 먼바다에 홀로 우뚝 솟아있다. 같은 화산섬이라도 제주도가 풍만하고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라면, 울릉도는 선 굵은 남성의 이미지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온통 삐죽삐죽 솟은 기암괴석과 가파른 절벽의 장엄한 선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아직까지 올여름 휴가지를 정하지 않았다면 울릉도로 한번 떠나보면 어떨까? 울릉도는 내륙보다 기온이 낮은 데다, 시원한 해풍의 영향으로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해 피서지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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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분지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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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의 들쭉날쭉 아름다운 해안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대풍감.

    ◆걸어야 제대로 보인다

    ‘신비의 섬’이라 불리는 울릉도. 수천 년 오래된 원시림과 자연 그대로의 풍광이 잘 보존돼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울릉도 여행의 콘셉트는 ‘힐링’으로 잡고, 매일 하루 1시간 남짓한 트레킹 코스를 걷기로 했다. 원시림을 걸으며 도심에서 찌든 폐부에 상쾌한 바다내음과 숲 향기를 가득 담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선택한 코스는 나리분지에서 신령수 약수터까지 가는 ‘나리분지 숲길’이다. 울릉도 최고봉 성인봉으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길이 넓고 평탄해 40분 남짓 간단히 산책을 즐기기에 부담 없는 곳이다. 울릉도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에는 너른 들판 가득히 푸르른 나물들이 자라고 있다. 작은 하얀 꽃이 동그랗게 핀 명이나물도 구경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자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스며들면서 잎사귀들이 투명한 초록색으로 반짝인다. 온 숲이 반짝반짝 빛나며 세포 하나하나까지 피톤치드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너도밤나무와 우산고로쇠, 마가목 등 오래된 큰 나무들이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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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수전에서 석포으로 이어지는 트레킹로는 양치식물의 천국이다. 울릉 둘레길의 일부로, 해안선을 따라 원시림의 숲속을 걸을 수 있다.

    내수전에서 석포로 이어지는 길은 양치식물의 천국이다. 울릉 둘레길의 일부로, 해안선을 따라 원시림의 숲속을 걷는 길이다. 현재 이 구간은 울릉 일주도로에서 유일하게 연결되지 않은 구간이어서 산길로만 오갈 수 있다. 울릉 일주도로는 이 구간 공사가 완료되면 올 연말쯤 완성되게 된다.

    숲을 걸으면 평소 관심조차 없었던 나무 하나, 풀 하나가 오롯이 눈에 담긴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여유로움 덕분일 것이다. 잎이 7~8개 방사형으로 뻗어 꽃보다 더 예쁜 작은 풀잎이 신기하다. 막걸리나 술로 담가먹는다는 빨간 열매의 마가목도 알게 됐다. 가장 놀라운 풍경은 계곡 위아래로 빼곡히 펼쳐진 양치식물 군락이다. 습기가 많다 보니 양치식물이 덤불 높이만큼 자라 기세를 뽐낸다. 길을 걷는 내내 숲 사이로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일 때마다 울릉도 부속 섬인 죽도가 함께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걷기 길로 선택한 것은 울릉도 최고로 꼽히는 해안 둘레길 중 저동과 도동을 연결하는 행남 해안산책로다. 원래는 해변을 따라 걸을 수 있지만 근래 일부 구간이 공사 중으로, 저동에서 출발하면 한참 가파른 산길을 30여분 정도 걸어야 비로소 해변산책로에 닿을 수 있다. 꽤나 진을 뺐지만 바다에 닿는 즉시 이런 수고로움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만한 비경을 선사한다. 바위와 화산활동의 흔적이 남아있는 절벽, 그리고 파도가 만든 천혜의 풍경인 해식 동굴 사이로 아슬아슬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을 걷는 최고의 매력 포인트는 마치 사파이어처럼, 푸른 잉크를 풀어놓은 것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울릉도 특유의 물빛을 잠시도 쉬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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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제1경에 꼽히는 삼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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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본섬에서 바라본 관음도.

    ◆해안도로 따라 즐비한 명소들

    관음도는 한때 주민이 살기도 했지만 지금도는 무인도인 섬으로 본섬과 불과 100여m 떨어진 섬이다. 2012년부터 다리로 연결돼 관광객들에게 공개됐는데, 일단 울릉도 본섬에서 바라보는 관음도 풍경이 한 장의 엽서처럼 아름답다.

    다리를 건너면서 섬 전경보다 먼저 감각을 사로잡는 것은 현수교 주변 바위 벼랑에 하얗게 붙어 앉은 괭이갈매기들이다. 워낙 그 수가 많아 이들의 끼룩거리는 소리가 마치 거대한 합창소리 같다. 다리 아래로는 용암이 급속하게 식으면서 만들어진 방사형의 주상절리와, 바닥까지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물빛이 마음을 훔친다. 관음도는 30~4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관음도에서 반대로 울릉도 본섬을 쪽을 향해 보면 세 개의 바위가 비죽비죽 솟아오른 비경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지상에 내려와 목욕하던 세 선녀가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삼선암(三仙巖)이다. 목욕하러 내려간 선녀가 걱정된 옥황상제가 용감한 장수와 날쌘 용을 내려보냈는데 막내 선녀가 그만 장수와 눈이 맞아 정을 통하면서, 옥황상제가 크게 노해 세 선녀를 모두 돌로 만들어 버렸다는 스토리가 전해진다. 해안도로를 조금 더 따라가면 코끼리 바위라고도 불리는 ‘공암’도 만날 수 있다.

    대풍감은 울릉도를 찾은 이들이라면 꼭 사진 한 장쯤 갖고 있는 관광명소다. 울릉도의 들쭉날쭉 아름다운 해안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울릉도는 예로부터 좋은 나무가 많아 배를 만들기 위한 목재를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완성한 새 배를 본토로 가져가기 위해 돛을 높이 달고 육지로 바람이 불 때까지 바위 구멍에 닻줄을 매어 놓고 기다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대풍감(待風坎)’이다. 이곳은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갈 수 있다. 태하 등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글= 매일신문 한윤조 기자·사진= 이채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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