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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 기요비서(機要秘書) - 기밀을 다루는 중요한 비서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8-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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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한학연구소장


    ‘비서(秘書)’란 말의 원래 뜻은 ‘감추어둔 책’이란 뜻이다. 옛날 책이 귀하던 시절에 궁중에 보관된 중요한 책을 비서라고 했다. 그 뒤 이 귀중한 책을 관장하는 사람을 비서라고 하여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후한(後漢) 때 이미 관직을 가리키는 말로 정착되었다.

    궁중에 보관된 책 가운데는 임금과 그 비서만 아는 비밀스러운 내용을 담은 책이 있으므로, 자연히 임금의 개인적인 비밀을 알고 있고, 임금과 자주 접촉할 수 있으니, 권력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임금의 곁에서 기밀문서를 다루면서 시중드는 사람을 비서(秘書)라 하게 되었다.

    비서의 역할을 하는 직책의 명칭은 역대로 달라도, 임금의 명령을 받아 선포하고, 밑에서 올라오는 각종 상소나 건의들을 임금에게 보고하는 통로의 기능을 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비서를, ‘왕의 명령을 출납하는 자리’라고 정의한다.

    고려시대에는 승선(承宣), 또는 대언(代言)이라고 하다가, 조선시대에는 승정원(承政院)이라는 관청이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되었고, 승지(承旨)가 비서에 해당되었다. 1895년에 이르러 승정원을 비서감(秘書監)으로 바꾸었다. 비서 등은 임금을 가까이서 모시면서 자주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이 집중될 것을 우려하여 품계는 의도적으로 낮추었다. 조선시대 비서실장 격인 도승지(都承旨)를 비롯한 여섯 승지들은 모두 정3품이었다. 그러나 임금을 자주 만나 자기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서는 원래 자기의 의견을 내면 안 되고, 전달만 해야 하는데, 임금이 알게 모르게 자기의 의견을 섞어서 전달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높여나갔다.

    과거에 어떤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려고 대통령 비서에게 찾아가 부탁한 적이 있었으니, 비서들의 권력이 얼마나 세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들이 권력을 남용하다가 말썽이 되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음해일 뿐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하였다. 탄핵을 당하고 난 뒤 수사를 해 보니, 청와대 비서들이 부당하게 온갖 일에 개입하였다.

    사람은 미워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 비서들도 박근혜 대통령 때의 행태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각부처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도 청와대 비서들이 마음대로 결정한다. 그리고 비서실이 너무 비대해져 가고 있다. 미국 백악관에 대통령 비서가 377명인데, 청와대 비서실에는 각종 명칭을 가진 500여명의 비서들이 일하고 있다. 기밀을 담당하는 요직의 비서의 역할은 국무총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정상이라 할 수 있을까?

    *機 : 기계 기. *要 : 중요할 요.

    *秘 : 감출 비. *書 : 글 서.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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