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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과잉대응과 과소대응 사이- 서영훈(사회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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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가 1991년 3월이었으니 벌써 27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던 당시의 상황은 여전히 생생히 기억된다. 재미동포들이 많이 산다는 LA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난 만큼 많은 한국인들이 걱정 어린 시선으로 그 영상을 지켜봤다. LA폭동은 지금도 미국 경찰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 ‘과잉대응’에서 시작됐다.

    4명의 백인경찰관이 과속운전을 한 흑인청년 로드니 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차별 구타를 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텔레비전에 방영되면서 흑인사회가 들끓었다. 더구나 1년 뒤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이들 경찰관들에게 무죄평결을 내리면서 결국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폭동으로 비화했다. 이 폭동으로 55명이 숨지고 2300여명이 다쳤으며, 1만3300여명이 체포됐다. 재산피해만 해도 약 7억달러, 한화로 7700억원에 달했고, 특히 한인사회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LA폭동 이후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경찰이 흑인이나 히스패닉 용의자들을 대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비록 많은 시민들이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비무장 흑인남성이나 흑인여성이 사살되거나 무차별 폭행당하는 일이 빈번하고, 장난감 권총을 갖고 있던 흑인소년이 경찰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이 쉽게 납득되는 일은 아니다.

    이러한 미국 경찰의 문제를 너무 많이 보고 들었던 탓일까. 한국의 경찰이 파출소나 도심 길거리에서 빈번하게 봉변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 폭언을 하는 것은 다반사고, 폭행 또한 흔한 일이 됐다. 엔진톱으로 위협하고 권총을 뺏으려 달려들기도 한다.

    이에 반해 경찰관들은 과잉대응에 대한 비난을 우려해서인지, 도로 한가운데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시민을 보고도 또 폭행사건 현장에 나가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파출소에 들어온 취객이 집기를 내던지며 소란을 피워도 쩔쩔매기만 한다. 이런 장면을 보는 시민들도 답답하다. 물론 그러지 못하는 것 때문에 자괴감을 느끼는 경찰관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경찰처럼 저항하지 않는 용의자를 무슨 테러리스트라도 되는 양 막무가내로 때려눕히고 총을 쏘는 것이 정당하다는 말이 아니다.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신속하게 현장을 정리하여 시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줘야 하는 것이다.

    한국 경찰이 소란을 피우는 취객들을 제압하는 데 소극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파출소나 경찰서에 데려와도 성가시기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취객이 다칠 경우 처벌을 받는 것을 우려할 수 있다. 또 과거 시국 관련 시위 진압과 관련한 ‘정당성’의 문제가 현재의 법 집행에 발목을 잡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찰관 직무집행법 전문에 명시돼 있는 것처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대신 직권 남용을 막기 위해 마련해 놓은 규정과 제도를 제대로 가동하면 된다.

    경남에서 경찰관 등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행을 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해 입건된 사람이 하루 2명 이상이라고 해서 하는 말이다.

    서영훈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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