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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완전히 새로운 기관장 인선- 이종훈(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8-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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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각 자치단체마다 임기제나 별정직 공무원 채용이 잇따르고 있다. 경남도에서도 김경수 도지사가 취임한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지방별정직 공무원 2명, 임기제 공무원 3명이 들어왔다. 그리고 경제부지사도 임용됐다.

    주목할 점은 이들 모두가 공개채용 과정을 거쳐 들어왔지만 도청 안팎에서는 어떤 인물이 합격할지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 지사의 선거운동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거나 참여한 인물이며 김 지사가 낙점한 인물도 있다.

    다들 유능하고 도덕성에도 문제가 없는 인물이겠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이들과 경쟁을 한 선의의 피해자들에게 어떤 설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폐단은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홍준표 전임 지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무직에 선거 캠프 핵심 인사 모두가 중용되면서 보은·측근 챙기기 인사 지적과 함께 시민단체 등에서 반발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도내 시군에서도 자치단체장 선거 캠프 인물들이 공직으로 진출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이 잇따랐다. 심지어 도덕성이 결여된 인물이 천거되면서 부정청탁 등에 연루돼 처벌까지 받은 사례도 있다.

    경남도는 앞으로 대부분이 공석인 기관장을 인선해야 한다. 경남테크노파크 원장과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이사장을 뽑는 공고는 이미 나왔다. 경남도청소년지원재단 원장은 지역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인물이 인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관장 인선은 별정직·임기제 공무원과 달리 한 기관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능력은 기본이고 도덕성도 갖춰야 한다.

    약 5년 전 제9대 경남도의회 때의 일이 떠오른다. 2013년 2월 7일 경남도의회에서 전국 처음으로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법령의 한계로 비공개 의견청취 수준에 그쳤고, 당시 홍준표 도지사가 도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은 인물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서 인사청문회는 좌초되고 말았다. 그리고 5년 후 제10대 도의회에서 다시 인사검증을 한다. 이번에는 집행부인 경남도가 먼저 제안을 했고, 대상도 6곳으로 확대됐다.

    권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고 견제가 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동안 보은·측근인사가 남발하면서 쌓인 ‘부실’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왕권이 절대적이었던 조선시대에도 다양한 제도를 통해 왕의 인사권을 제한해 왔다. 5품 이하 관리가 되려면 대간의 서명을 거치는 ‘서경제도’가 있었는데 요즘의 인사청문회라고 보면 된다. 대간들은 왕의 압력에도 꿈쩍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망단자’라는 제도가 있어 관리를 임명할 때 이조와 병조에서 적임자 3명의 명단을 적어 왕에게 추천했는데, 왕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견제함과 동시에 실무자들의 정실인사나 부정을 막기 위한 것이다.

    경남도의회가 기관장들의 인사검증을 철저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먼저 김 지사가 그 자리에 맞는 인물을 천거해야 할 것이다. 물론 천거 없이 완전히 새로운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추구하는 김 지사의 ‘완전히 새로운 기관장 인선’을 기대한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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