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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물거품이 된 애버딘대 한국캠퍼스- 이학수(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8-09-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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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9일. 경남도는 교육부에서 애버딘대학 한국캠퍼스 설립을 최종 승인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이 대학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고, 3년 4개월여 각고의 노력 끝에 쾌거를 이뤘다며 자화자찬했다.

    조선해양산업 위기 실태, 유치 배경, 개교 준비, 파급 효과 등을 상세히 소개하며, 조선해양산업 영광을 되찾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자리에는 애버딘대 한국캠퍼스 교수라는 사람도 나왔다.

    학교가 들어설 예정지인 하동군도 애드벌룬을 띄웠다. 처음 약속한 지난해 3월 개교 시점을 넘긴 뒤 군은 그해 6월 애버딘대 한국캠퍼스 초대 총장에 이고르 구즈 교수가 임명됐고 하동을 방문해 한국캠퍼스를 둘러봤다고 발표했다. 군은 구즈 교수 논문은 세계 1% 이내라며 ‘깨춤’을 추었다. 교수 채용 면접을 진행해 개교 의지가 강하다며 친절한 해석(?)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개교는 다시 올해 3월로, 다시 올해 9월로 개교를 연기하더니 결국 없었던 일로 결론났다. 애버딘대 한국 유치 MOU가 2013년 3월에 있었으니, 5년을 넘게 끌던 사업이다.

    출발은 이랬다. 조선업 위기는 해양플랜트 설계엔지니어링 원천 기술이 없다는 것과 20%를 밑도는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핵심 설계엔지니어링 인력 양성이 필요하고 이 분야 최고 대학인 애버딘대 유치가 절실하다는 거였다. 석·박사 고급인력을 키워내 기술 자립화 수준을 2016년 10%에서 2030년 30%까지, 기자재 국산화율을 2016년 20%에서 2030년 6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었다. 그럴듯했다. 조선업 위기극복 대책에 애버딘대 유치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러나 한국에 먼저 들어온 해외 대학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에 우려되는 점도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잇따라 외국 대학들을 유치했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허덕였다. 외국인 투자와 유학 대체효과라는 기대에 못 미치면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아 오던 터였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당시 경남도는 학생 모집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해양플랜트 설계 분야라는 특화되고 차별화된 교과 과정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 등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온 우수 인력들을 받아 조선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이 시점에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경남도와 하동군은 설익은 정책을 과대포장해 성과인 양 이용했다. 그동안의 행정력 낭비에 대해 도민에게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대학 유치가 무산되자 도는 소송을 통해 투자한 돈을 회수하겠다고 했다. 어디서 돈 잃고 와 부모 보기 미안하니까, “어쩌면 본전은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소리로 들린다. 참 한심하고 없어 보인다. 정책을 집행하면서 매번 성과를 낼 수는 없다. 환경변화에 따라 정책수단은 달라질 수 있다. 대학 유치가 설계분야 전문 인력 양성이 목표였다면, 앞으로 이 목표는 어떻게 달성할지 대안을 내놔야 한다. 조선업 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도.

    이학수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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