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흔이 됐다. 허리도 아프고 두통도 찾아오고 속도 쓰린다. 덜컥 겁이 나 처음으로 내시경검사도 받았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책임이 어깨를 짓누른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몸은 자꾸 이상신호를 보내고 행동도 예전 같지 않다. 무엇이든 이루어야 할 것 같고, 책임져야 할 것 같고, 높게 쌓아 두었어야 할 것 같은 어설픈 중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삶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이제 ‘40’의 시작인데 벌써부터 두렵다.
▼공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마흔을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시기’, 불혹(不惑)이라 했다. 맹자는 그의 40대를 부동심(不動心), 즉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표현했다. 현실에선 그야말로 공자님 맹자님 말씀이다. 대부분의 ‘40’은 아직 서툴고 여전히 불안하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기고 갈대처럼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40’은 미혹되지 않는 나이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 대해, 사회 환경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나이이다.
▼최근 40대는 최악의 고용 쇼크 속에서 가장 고통받는 세대가 됐다. 통계청이 밝힌 ‘7월 고용동향’에서 만 40~49살 취업자 수는 66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7000명이나 줄었다. 자녀를 양육하고 든든하게 가정을 책임질 중심이자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불혹의 세대가 가장 흔들리는 세대가 된 셈이다. 거기다 매년 반복되는 불경기와 대출이자, 구조조정 위기에 노출되며, 늘어가는 아이의 사교육비, 치솟는 집값과 물가, 불안한 노후 대책 등은 40대의 일상을 퍽퍽하고 힘겹게 만든다.
▼이제 마흔밖에 안 됐다. 쉼없이 달려 왔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지금보다 더 힘든 유혹이나 쇼크가 올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수없이 흔들릴 것이다. 다만 이 흔들림을 버티고 나면 적어도 남은 평생을 받쳐 줄 자양분은 돼 있지 않을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했다. 더 이상 흔들림 없이 바로 서고 싶다.
강희정 편집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