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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4시간 34분의 자유-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8-09-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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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일 저녁,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가 사살됐다는 뉴스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뉴스에 맞먹는 관심을 모았다. ‘뽀롱이’라 불린 퓨마는 8년생 암컷으로 평생 동물원 우리에서만 지내다가 사육사의 실수로 열어 놓은 문으로 나가 약 4시간 34분의 자유를 누리다 사살됐다. 이어 뽀롱이를 교육용 박제로 만들겠다고 했다가 뽀롱이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는 반발에 따라 철회 소동을 빚었고, 청와대 국민청원방에는 해당 동물원을 폐쇄해달라는 청원까지 쏟아지고 있다.

    ▼동물학대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야생에서 맘껏 생활해야 할 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고 싶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좁디좁은 공간에 가두고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 이를 위해 야생 동물을 불법 포획하거나 수입하기도 한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갇힌 동물들은 열악한 사육환경과 동물쇼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평균 수명보다 훨씬 적게 산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감옥에 가둬 두고 평생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사람들은 가축들로부터 더 많은 달걀과 우유, 고기를 얻기 위해 닭과 소, 돼지를 움직일 틈도 없는 우리에 가두고 대량사육을 하고 있다. 그 결과는 가축들의 소리 없는 역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량사육은 사람들에게 풍부한 먹을거리는 제공하고 있지만 살충제 달걀 파동과 조류독감, 광우병 등 각종 가축 전염병을 발생시키며 사람들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고 살만 찌우는 사료를 먹은 가축들이 사람들에게 건강을 챙겨줄 리는 만무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유에 대한 갈망은 본능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비슷하다.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가축을 희생하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가축에게도, 동물에게도 제대로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을 주며 기본적인 삶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공존의 관계이다. 죽어야만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너무 가혹하다.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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