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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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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보다 유연한 사회를 바라며- 이문재(정치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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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정치 지형을 바꿔놓은 6월 지방선거가 끝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여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지만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했던 경남 지역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기자의 느낌보다 더하다는 이들도 있고, 비슷하거나 또는 별 모르겠다는 이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뭔가가 달라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도지사와 몇몇 시군의 자치단체장이 보수에서 진보세력으로 교체된 데 따른 것이지만, 이전과의 변화는 단순히 교체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 강도다. 그간 전혀 맞닥뜨려 보지 못한 생경함일 수도 있다. 진보의 힘과 가치가, 보수의 그것을 압도하는 우리사회 전체의 바뀐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오랫동안 익숙했던, 그래서 자연스럽기까지 한 기류들이 일순간 헝클어진 모양새다.

    보수가 그립다든지, 진보의 힘이 어쩌다는 것을 새김질하고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보수든 진보든 덕을 본 적은 ‘1’도 없다. 단지 간당간당 지탱해온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깨어진 듯하고, 어느 일방으로 급격하게 쓸려가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우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가 궤멸한 것은 사실이다. 정확히는 보수 정당의 패배다. 보수 정당은 보수를 실망시키고 응집시키지 못했다. 그들은 기득권의 달콤함에 취해 변화보다는 안주를, 공동체보다는 자신들만을 생각했기에 패배했다. 자신들만의 세상에 갇혀 외부의 변화와 요구를 외면했기에, 그들의 ‘보스’였던 대통령 2명을 감옥으로 보내는 참담함을 당해야 했다. 변명 못할 자업자득이다.

    진보는 무너진 보수(정당)를 확실히 뭉개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평양 방문에서 ‘살아 있는 동안 절대 정권을 안 뺏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했다. 대개 진보 인사의 속내일 것이다. 이 대표의 말은 자신감이 지나쳐 자만으로까지 비쳐진다. 탓할 수도 없다. 참담해진 보수는 새로운 정부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전열조차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다. 상상도 못했던 큰 걸음을 떼는 진보를 따라잡기는 힘이 부쳐 보인다. 사사건건 딴지를 걸어보긴 하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바꾸거나 막아내지를 못한다. 한 마디로 인 부족, 세 부족이다. 보수 정당과 한 번 유리(遊離)된 보수들은 마음을 되돌리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들을 놓치지 않았다. 이제 진보는 물론이고 보수까지 아우르며 난공불락의 성(城)을 쌓고 있다.

    정치판이 새롭게 큰 그림을 그려 가는데 지역은 어떤가. 보수는 찬밥이거나 적폐(積弊) 취급이다. 급격히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보수는 시류의 변화를 따르고, 지켜야 할 가치는 지켜가면서 개선을 거듭하는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온 아무개는 “수구도 반동도 아닌데 마음 붙일 곳이 없다. 진보의 등장을 반대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곁을 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따질라치면 ‘꼴통’으로 불리는 것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라고 개탄한다. 단지 보수의 시대에 적응해 살아온 게 배척의 이유가 되는지. 자의 반 타의 반, 많은 보수들이 지역 무대에서 밀려나가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것’도, ‘사람 중심’도 참으로 가치 있는 명제다.

    하지만 함께 어우러지고자 하는 수용성의 부족은 지역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유연해야 탄력이 발생한다. ‘같이 가보자’는 손길은 강자가 먼저 내밀 수밖에 없다. 새로운 리더들에게 그런 포용력과 지혜를 부탁한다.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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