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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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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백과사전과 전문가의 종말- 이상규(뉴미디어 부장)

  • 기사입력 : 2018-10-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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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의 보편화로 사라진 것 중 하나는 백과사전이다. 요즘 사람들은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네이버 ‘지식in’에 묻는다. 예전에는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백과사전을 참고하거나 전문가 집단을 찾았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 신문사에도 독자의 문의 전화가 많았다. 가령 “대한민국 선수 중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선수는 누구이며 어느 올림픽이었나”와 같은 문의가 신문사로 종종 왔다.

    그러나 이제 독자들이 그럴 필요가 없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사에 비치해 둔 각종 통계 연감과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20년 전 신문사 건물 한 층을 차지했던 조사 자료실은 현재 1개 방으로 축소되었다.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근하게 되면서 존재감에 타격을 입은 이들은 전문가 집단이다.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 지식을 독점했던 이들은 인터넷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의대를 다니지 않은 사람이라도 인터넷을 통해 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의사만큼이나 많이 얻을 수 있다.

    법률 지식 또한 마찬가지다. 변호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판례를 같은 조건에서 검색할 수 있다. 교수 역시 더 이상 경쟁력 있는 직업이 아니다. 인터넷에는 전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강의가 차고 넘친다. 과거 접하기 어렵던 외국의 전문 자료도 구글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뉴스를 다뤄 온 신문사는 정보의 시대에 큰 영향을 받은 곳이다. 이제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홈페이지를 가진 1인 미디어가 매일 나타나고, 다양한 창작물을 생산해 유튜브를 통해 1인 방송을 한다.

    최신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면서 종이신문은 그 위상을 상실한 지 오래다. 종이 신문을 읽는 독자는 전 세계적으로 줄고 있다. 독자는 컴퓨터나 모바일을 통해 기사를 읽고 정보를 획득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일본, 유럽의 신문사들은 몇 년 전부터 ‘통합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를 도입해 온라인 뉴스를 강화하는 등 시대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통합 CMS는 ‘디지털 퍼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금까지 기자가 노트북이나 퍼서널 컴퓨터로 기사를 송고하면 이 기사는 신문사 데스크탑으로 모인다. 기자가 보낸 기사는 우선 데스크의 손을 거쳐 종이신문을 제작하는 데 사용됐다. 이어 편집부 또는 뉴미디어부는 이 기사를 온라인 또는 모바일용 기사로 전환해 내보냈다. 그러나 통합 CMS가 도입되면 기자가 보낸 기사는 신문제작용뿐만 아니라 인터넷용, 휴대폰용 등 3가지 루트로 실시간 동시 전송된다. 경남신문은 올해 안에 통합 CMS를 도입해 독자에게 보다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다매체 시대, 정보의 홍수시대이지만 디지털 퍼스트가 ‘만능 키’가 아니라는 것을 언론 종사자들은 알고 있다. 더구나 언론사가 정보를 독점할 수도 없고, 기자가 전문가임을 자처할 수도 없는 시대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이든 사실 보도에 충실하고 깊이 있는 해설로 독자의 신뢰를 얻는 언론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역신문은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때에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상규 (뉴미디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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