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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낙동강 오리알- 이종훈(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1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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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0리(약 520㎞) 물길을 가진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젖줄이라고 불린다. 남한에서는 제일 긴 강이며, 북한을 포함하면 압록강 다음으로 길다. ‘낙동’이란 지명은 가락의 동쪽이라는 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면서 가야와 신라 천년간의 애환과 정서가 서려 있으며 임진왜란과 6·25전쟁 등 수많은 상흔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인들은 낙동강을 민족이 발을 붙이고 사는 생활의 터전, 젖과 꿀이 흐르는 민족의 샘 혹은 어머니와 사랑 등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런 정서를 가지고 있는 낙동강도 여름철 홍수기가 되면 인근 마을을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변하기도 한다.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시 황지에선 매일 5000t씩 맑은 물이 샘솟아 흘러든다. 하지만 이 청정수도 대구·경북지역의 수많은 공단을 굽이굽이 스쳐 지나가면서 오염이 되어 버린다. 더욱이 4대강 사업으로 가장 많은 8개 보가 들어서 물길이 잘리고 고여 해마다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낙동강을 ‘낙똥강’이라고 부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급기야 물을 취수원으로 사용하는 부산과 대구 등에서는 취소원을 옮기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느라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문제는 그 대책이 낙동강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남도 국정감사장에서도 낙동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일부 의원은 낙동강을 아예 구제불능의 강으로 단언하는 발언까지 했다.

    조원진 의원은 “4대강 사업, 상류의 공단 등 여러 문제로 낙동강 물 정화해서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댐에서 직접 가져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진복 의원은 “낙동강 상류는 공단밀집 지역이라서 산업폐수에 의한 사고가 매년 평균 6건 정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낙동강 물을 식수로 하고 있는 부산시민들은 매일매일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며 “국민이라면 누구나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홀로 소외돼 처량하게 된 신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유래는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에서 나왔다고 한다. 치열한 총격전이 계속되고 있을 때 유엔 항공기에서 네이팜탄을 퍼부어 적 진지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신이 난 국군은 사격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때 항공기에서 떨어지는 포탄과 국군의 사격으로 적이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중대장이 갑자기 큰 소리로 “야! 낙동강에 오리알 떨어진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비로소 정신이 든 병사들의 우렁찬 함성이 전장에 메아리쳤다.

    그런데 낙동강이 실제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있다. 강은 강인데 식수로도 사용 못하겠다고 하고, 여름에는 녹조 때문에 말썽이다. 4대강 사업으로 ‘동네북’이 된 지도 오래다.

    다만 지난 국정감사에서 김경수 도지사가 “경남뿐 아니라 부산과 울산 모두 식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힌 바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낙동강 수질 개선은 포기해서는 안 될 숙명이다. 민족의 자존심이며 젖줄로 거듭날 수 있게 낙동강에게 인간이 덮어씌운 오명을 씻어내는 것도 필수적이다. 낙동강 청정수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그날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낙동강 오리알’이 아닌 ‘낙동강 황금알’이라는 새로운 말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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