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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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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괴물- 김용훈 (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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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의 관심 사안에는 ‘국민’이란 수식어가 붙기 마련이다. 기쁜 일에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지면 좋으련만 나쁜 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국민적 공분’은 이제 드문 일도 아니다. 무엇이 이렇게도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일까.

    ▼10여 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 ‘괴물’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당시에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한강에 출몰한 괴물을 물리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으로 영화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괴물은 독극물에 오염된 물고기이다. 한강에 방류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자그마한 물고기를 괴물로 탄생시켰다.

    ▼직원 폭행, 염색 강요, 닭 살생 강요, 대학교수 폭행 등에 마약 혐의까지 수많은 갑질과 악행이 드러나고 있는 ‘양진호’는 이 시대의 괴물이다. 양 회장은 웹하드 업체에 ‘저작권 없는 불법음란물’을 유통시켜 막대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포르노 졸부로 불리는 그가 쌓은 부는 약 1000억원대다. ‘양진호’는 재력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물질만능주의와 천민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접수한 직장 내 갑질 제보는 총 1891건, 이 중 폭언과 폭행 등 이른바 양진호형(型) 갑질도 23건을 차지했다. 양 회장이라는 물고기가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포름알데히드로 오염됐던 물고기가 괴물로 자라난 것처럼 이들이 재력을 등에 업기만 한다면 제2, 제3의 양 회장이 되지 않을까. 돈이면 무엇이든지 된다는 생각을 가진 물고기가 우리 주변에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분노하고 분노하고 저항하자. 괴물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영화 속 괴물이 끝내 무너진 건 정부도 거대기관도 아닌 한강 둔치에 거주하는 소시민의 저항이었다.

    김용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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