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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도내 중소기업과 세계 최대 골리앗 크레인- 이명용(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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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사와 B사는 사모펀드에 매각됐다더라’ ‘창원공단에 팔려고 내놓은 공장 매물이 많이 쌓였다더라’ ‘살 사람만 있으면 팔고 기업을 접고 싶다’. 최근 주변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힘들어서 죽겠다는 소리다. 기업인들이야 경기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항상 우는 소리를 해왔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흘려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 등 기업인들에게 부담이 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고용, 생산, 수출 등 도내의 각종 경제지표들을 보더라도 1997년 IMF 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고 보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한편에선 도내 중소기업인들도 스스로 반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의 각종 부담스런 정책도 문제지만 중소기업들 대부분 그동안 대기업의 큰 우산 속에 안주해왔기 때문이다. 영업이나 개발 등은 신경 쓰지 않고 대기업으로부터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는 데만 힘쓰면 됐다. 대기업으로부터 설계도면을 가져와 단순가공·조립을 통해 인건비 따먹기식의 경영을 해온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연구개발해서 경쟁력을 키우고 적극적으로 수출에 힘쓰는 등 홀로서기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거래하던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수주물량이 줄거나 제품 판매가 줄면서 협력업체들인 중소기업들도 동시에 타격을 받게 됐다. 여기에다 최저임금인상 등 각종 친노동 정책이 더해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나마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해서 제품의 경쟁력을 키우며 자동화 등 제조공정을 개선하고 수출 위주로 나선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잘 견디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만으로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사전 대비를 한 것이다. 지역에서 이런 기업들이 많지는 않지만 현재 경제위기 속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밀양의 상상인선박기계는 직원이 20명 남짓이지만 지난 1월 싱가포르 주롱 조선소에서 세계 최대 골리앗 크레인(1만5000t 규모 2기)을 수주·제작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조차 수주하기 힘든 것을 중소기업에서 해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의 가장 취약점인 엔지니어링 역량을 극복하고 기본 설계부터 제작, 시운전 등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국내 대형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를 많이 수주했지만 엔지니어링 역량 부족으로 해외업체에 잦은 설계변경 의뢰 등으로 많은 손해를 봤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영욱 대표는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다가 거래관행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해외수주에만 나서게 됐다. 처음 영업에 나설 때 정말 막막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처음 수주를 하고 나서는 자신감이 생기고 발굴한 거래업체들과 적극적인 교류 등을 통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주변 중소기업들 중에는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많다. 이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면 얼마든지 많은 일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며 도전의식을 강조했다.

    도내 많은 중소기업들도 이제 변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에서 의존하던 데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것을 물론이고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 고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 공정혁신으로 단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른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의 변신이 시급하다.

    이명용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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