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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지식의 유효기간- 이상규(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8-1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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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년대 말쯤으로 기억한다. 개인용 컴퓨터가 보편화되기 전이었다. 당시엔 컴퓨터 값이 비싸 기업이나 대학, 관공서 등 기관 외에는 퍼스널 컴퓨터를 갖기가 힘든 시절이었다. 개인 중에도 간혹 많은 돈을 지불하고 컴퓨터를 구매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또 다른 문제는 지금처럼 누구나 바로 컴퓨터를 켤 수 없었다. 당시엔 컴퓨터 운영체제인 ‘엠에스 도스(MS-DOS : MicroSoft Disk Operating System)’를 모르면 컴퓨터를 가져도 사용할 수 없었다.

    ▼이에 컴퓨터 사용을 위해선 1990년대 초반까지 엠에스 도스를 컴퓨터 학원에서 배워야 했고 필자도 MS-DOS를 힘들게 배운 기억이 있다. 그런데 컴퓨터가 진화해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 95’가 탄생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더 이상 도스를 배울 필요가 없게 됐다. 이처럼 지식의 유효기간이 기술의 발달로 줄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프리츠 마흐럽은 한 분야 지식의 절반이 쓸모 없는 것으로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의 길이를 가리켜 ‘지식반감기’(Half-Life of Knowledge)라고 했다. 기존 지식의 유용성이 절반으로 감소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하버드대학교 새뮤얼 아브스만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각 학문의 지식반감기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물리학의 반감기는 13.07년, 경제학은 9.38년, 수학은 9.17년, 심리학은 7.15년, 역사학은 7.13년 등이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분야에서 지식반감기가 급격히 짧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나 지식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하루하루 따라잡기 벅찰 정도로 새로운 기술과 정보가 쏟아진다.

    ▼컴퓨터나 휴대폰에서 새롭고 유용한 기능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 못지않게 이 기능을 빨리 습득해야 하나, 아니면 기능이 보다 일반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하는 것이다.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새로운 기능을 천천히 배워도 문제없다. 하지만 정보화시대에 남들 다 쓰는 기능을 모른다면 뒤처진다는 느낌도 드는 게 사실이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갈수록 줄면서 현대인들의 삶은 더 빠듯해진다.

    이상규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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