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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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20)토양오염 정화의 모범

꼼꼼한 오염조사→ 확실한 작업·검증→ 완벽한 정화
창원 옛 39사단 터 정화
2015년 39사단, 함안군 군북면 이전 후

  • 기사입력 : 2018-1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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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문제는 끝이 없다.”

    도내의 한 시민운동가가 기자와 대화를 나누다 한 말이다. 국가적 재난으로 불리는 미세먼지, 매년 반복되는 낙동강 녹조, 공사현장의 소음과 분진 피해 등 시작은 있지만 끝이 보이질 않는 환경 현안들을 떠올리면 쉽게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토양오염은 미세먼지처럼 하늘이 뿌옇게 변하지도 않고, 녹조처럼 눈에 띄게 색깔이 변하거나 악취도 나지 않으며, 소음처럼 직접적으로 우리들의 귀를 괴롭히지도 않아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어느샌가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지 않고 곧바로 개발사업이 진행돼 오염토 위에 건물이 세워지면 이를 무너뜨릴 수도 없어 문제 해결의 끝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놓치기 쉽고, 놓치면 다시 바로잡기 어려운 토양오염 문제를 시민과 사업자, 그리고 행정당국이 함께 해 슬기롭게 해결한 사례가 있다. ‘옛 39사단 터 토양오염 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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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39사단 부지개발사업 현장 내 세척장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창원시/

    ●“완벽한 토양오염 정화”= ‘구 39사단 부지 토양오염 정화 관련 민관협의회(이하 민관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창원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년여 만에 유류와 각종 중금속으로 오염됐던 옛 39사단 터에 대한 토양정화를 모두 마무리하고 해산한다고 밝혔다. 민관협의회는 “창원시의 전향적인 결정으로 협의회가 결성됐고, 39사단 터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2년 동안 상당한 비용을 들여 ‘완벽에 가깝게’ 토양오염을 정화했다”고 강조했다.

    민관협의회는 앞서 (주)유니시티가 토양환경평가 과정에서 파악한 석유류와 중금속 오염토 2만7543.75㎥와 5차례에 걸친 정밀조사 등을 통해 파악한 15만5823.03㎥를 더한 총 18만3366.78㎥의 오염토를 2016년 8월 1일부터 올 6월 30일까지 22개월 동안 모두 정화했다. 석유류 오염은 7만4163.66㎥, 중금속 오염 10만7566.31㎥, 유류 중금속 복합오염 1637.81㎥로 조사됐다. 오염토 면적만 31만2875.02㎡로, 창원시 의창구 중동과 북면 일대에 걸친 옛 39사단 터의 전체 부지 83만998.19㎡(자연녹지 28만4468.51㎡ 제외)의 3분의 1(37.6%)이 넘었다.

    오염토 정화 검증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된 2만5984.06㎥를 제외한 총 15만7382.72㎥의 오염토 중 아파트 3·4단지 및 상업지역에서 파악된 6만6940.90㎥가 가장 많았다. 북면사격장이 4만5370.74㎥로 뒤를 이었고, 아파트 1·2단지 2만134.91㎥, 영내사격장 1만8711.99㎥, 공공업무·문화공원·기타 지역 6224.18㎥ 순이었다.

    이처럼 많은 양의 오염토가 발견된 이유는 민관협의회가 사전에 문헌조사와 현장답사를 통해 토양오염 발생 가능 지역을 파악한 뒤 5차례의 개황조사로 836개 지점의 2608개 시료를 채취·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염 확산 우려가 큰 지역에 정밀조사를 시행해 670개 지점의 3224개 시료를 채취하는 등 자연녹지지역을 제외한 전체 부지를 바둑판식으로 나눠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2월 5일부터 이듬해 11월 30일까지 진행된 토양환경평가의 정밀조사에서 187개 지점의 1134점 시료를 채취한 것보다 몇 배는 넓은 부지를 대상으로 토양오염을 조사한 셈이다. 이렇게 파악한 오염토를 민관협의회는 주거용이 아닌 부지에 대해서도 토양환경보전법상 주거용도 부지에 적용하는 ‘1지역’ 토양오염우려기준보다 더 낮은(85% 이내) 수준까지 토양세척공법으로 정화했다. 정화토는 해당 부지 안팎의 도로, 주차장 등의 성토용으로 사용했으며, 토양정화과정에서 발생한 가연성 폐기물, 폐콘크리트, 침전물, 폐수 등 16만9296t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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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28일 옛 39사단 부지개발사업 현장사무실에서 토양오염 정화를 위한 민관협의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경남신문DB/

    ●쉽지 않은 길, 신뢰와 협의로 극복= 이로써 민관협의회는 2년 만에 ‘꼼꼼한’ 토양오염 조사와 ‘확실한’ 정화공사 그리고 정화검증 작업까지 거쳐 ‘완벽에 가까운’ 토양오염 정화를 했다. 10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토양오염 정화를 마무리한 옛 한국철강 터 토양오염 정화 사례와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조된다. 그렇지만 옛 39사단 터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마무리하기까지 민관협의회가 지나온 길이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하지만 민관협의회는 2년간 15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며 신뢰와 협의로 문제를 해결했다.

    1955년부터 60여 년 동안 주둔해온 육군 39사단은 지난 2015년 6월 함안군 군북면으로 이전했다. 태영건설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인 유니시티가 39사단 부지개발사업 시행자로 선정돼 6100가구의 대규모 주택단지 공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이듬해 환경단체가 유니시티의 토양환경평가 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하면서 전체 부지에 대한 정밀조사와 민관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토양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창원시와 유니시티가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4월 창원시·환경단체·창원시의회·전문가·유니시티 관계자 등 10명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가 발족하게 됐다.

    하지만 전체 부지를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정밀조사와 정화작업에 따른 비용, 원칙적으로 토양정화가 마무리된 뒤 착공할 경우 빚어질 공사기간 연장, 이에 따른 입주 예정자들의 혼란이 우려됐다. 토양환경보전법 등 관련법에 따르면 토양 오염에 대한 비용은 원인자 부담으로, 39사단 이전 책임이 있는 국방부가 부담해야 하지만 창원시와의 계약에서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유니시티는 민관협의회 전 정화비용으로 약 100억원을 예상했지만, 최종 완료되는 데 400억원 가까이 투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막대한 비용부담과 입주예정자들이 겪을 혼란은 토양오염조사와 정화작업, 공사를 병행하면서 해결했다. 즉, 토양오염조사 단위를 정해놓고 1~5차례까지 순차적으로 토양오염조사를 진행하면서 조사가 마무리된 곳의 오염토를 퍼내 보관동으로 옮겨놓고 정화를 하고, 오염토가 제거된 구역에 대한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위해 민관협의회는 유니시티 중동지구 공사현장에 공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 1·2단지와 3·4단지 사이의 근린공원 부지 등에 오염토보관동 4곳과 세척장 1곳을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 등은 정화작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하고 CCTV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고, 사업자는 신뢰 확보를 위해 이 역시 받아들였다.

    이러한 와중에 공사현장의 오염토가 무단반출됐다는 의혹 제보가 있어 민관협의회 위원들 간의 신뢰에 금이 갈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2월 27일 접수된 제보는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해양신도시로 유류냄새가 나는 오염된 토양이 반출됐다’, ‘3·4단지 토양정밀조사 결과 확인된 오염토양을 굴착해 오염토양 야적장소로 이동한 후 아파트 공사를 착수해 토양을 외부로 반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을 주축으로 한 민관협의회 조사자들은 39사단 터에서 마산해양신도시로 반출된 차량 기록부를 조사하고, 현장답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반출차량과 반입차량 기록이 일치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비오염 토사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일축됐다. 민관협의회에 유니시티 관계자로 참여한 백효기 상무는 “오염토가 반출됐다는 논란은 시료 채취를 한 결과 문제없었고, 오해였다. 조사 과정에서 모든 자료를 제공하는 등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민관협의회를 통한 토양오염 정화를 결정한 이유 역시 이러한 문제를 안고 가는 것보다 드러내놓고 확실히 해결해야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허정도 민관협의회 위원장은 “법적 지위가 없는 민관협의회지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감시하고 사업자는 성실히 정화활동을 수행하며 관이 협력해 이러한 결과를 도출한 것은 토양환경분야에서 선진 사례로 남을 것이다”며 “39사단 터 토양오염 정화 노하우를 백서로 발간한 이유 역시 전국적으로 토양오염 관련 문제를 잘 해결하길 바라는 의미에서다”고 밝혔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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