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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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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사제 간 교학상장 -서동욱(창녕중 교장)

  • 기사입력 : 2018-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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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무상한 세상의 흐름만큼 우리네 삶도 무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순항 중인가 싶던 삶이 뒤바뀌기도 하고, 힘들게만 여겼던 일이 시간이 흐른 뒤 뜻밖의 행운으로 더 큰 보람과 기쁨을 주기도 한다.

    오래전 모 방송사에서 자신의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기억해 주고 찾아주는 학생이 있을까? 내가 저런 선생님이라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곤 했었다.

    A군을 만난 건 20여년 전 자그마한 시골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옆반 학생이었다. 거의 매일 지각에 수업시간엔 엎드려 자는 게 일상인 학생이었다. 담임선생님께 전해 듣기를 A는 입학 당시 반편성 고사에서 월등한 성적으로 1등을 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1학년 2학기에 접어들면서 공부에 손을 놓고 게임에 몰입하기 시작하였고 중하위권의 성적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넘치는 의욕(?)으로 담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지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각하는 날이면 집에까지 가서 잡아와 혼내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면 깨워서 혼내고…. 아이의 상황이나 마음을 이해하기보단 성적이 떨어졌단 사실만을 생각하며 일방적으로 내 감정적인 생각을 쏟아냈다. 혼을 내고 달래도 보곤 했지만, 자기를 이해 못하는 교사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와 소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소모적인 기싸움이 반복되었고, 별다른 변화 없이 졸업과 동시에 A와는 헤어졌다. 그리곤 반복되는 일상으로 까맣게 잊고 지냈다.

    4년 후 5월 어느 날 A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열심히 공부하였고, 그 결과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으며, 스승의 날 ‘존경하는 스승 초청’ 행사에 나를 초대한다는 거였다. 그 어떤 순간보다 뿌듯하고 참으로 잊을 수 없는 내 생의 영광된 자리였음과 아울러 교육에 대해, 교사의 역할에 대해 참으로 많은 생각을, 반성을 하는 계기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도 A가 나를 초청한 이유가 혼란스럽다. 자기를 이해 못하고 괴롭히기만(?) 한 선생님에 대한 통쾌한 복수일까? 고마워서일까? 아무렴 어떤가! 아둔했던 나를 깨우치게 해 준 또 한 명의 훌륭한 제자인 것을.

    서동욱 (창녕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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