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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파이어(FIRE)족- 양영석(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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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젊은 엘리트 직장인들 사이에서 30대 말이나 40대 초에 은퇴하겠다는 파이어(FIRE)족이 급속히 생겨나고 있다.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Retire Early)’에 나서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한때 한국에서 유행하던 10억 만들기 재테크처럼 이들은 100만달러(약 11억2800만원)~200만달러(약 22억5600만원)의 목표액을 정하고, 달성되면 미련 없이 은퇴한다.

    ▼파이어족은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들이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기보다는 빨리 은퇴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파이어족의 기본 개념은 ‘짧게 벌고 적게 쓰기’다. 애당초 부자가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아닌 만큼 주택을 작은 규모로 줄이고 외식과 여행을 거의 하지 않고 자신의 평균 수입의 70~80%를 저축하면 10년 이내에 은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황을 타고 유행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며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누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아껴 쓰는 생활을 퇴사 후에도 계속 유지하는 게 기조다.

    ▼실업자 113만명, 청년실업률 10%로 모든 고용지표가 IMF 시절로 곤두박질친 한국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는 운 좋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라고 치부할 수 있다. 더욱이 쥐꼬리만 한 월급 받아서 저축은커녕 빚 갚기도 바쁜 서민들에겐 먼 나라의 얘기로 들린다. 그럼에도 젊은 세대들이 고연봉을 마다하고 조기 은퇴를 선택하는 추세는 눈여겨볼 만하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일에 찌들어 살기에는 너무 짧지 않은가.

    양영석 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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