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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나의 이름은 청춘] 함안 호암초 교사 이가현 씨

“노래·연기·춤… 어쩌다 보니 ‘끼 많은’ 선생님 됐네요”

  • 기사입력 : 2018-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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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선생님이다. 분명 선생님인데, 또 선생님 같지는 않다. 그가 착실한 선생님이라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니다. 평소 가졌던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차분하기보다는 쾌활하고, 냉정하기보다는 열정적이고, 엄하기보다는 친구 같아 보였다. 자기 소개를 부탁했더니 “노래하고, 연기도 하고, 심지어 춤도 추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수요일밴드’ 리드 보컬이자 ‘춤추는 선생님들 춤춤’ 멤버이자 ‘교사영상제작단 뻘짓’ 멤버인 함안 호암초등학교 교사 이가현(29)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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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현 교사가 함안 호암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장난처럼 시작된 ‘수요일밴드’

    실제로 가현씨는 노래하고 연기도 하고 심지어 춤도 춘다. 그 이전에 선생님이다. 2011년 졸업과 동시에 임용돼 함안지역에 발령받아 벌써 8년차다. 함안은 첫 발령지이기도 하지만 여러 삶(?)을 살게 된 뿌리이기도 하다.

    “2013년 칠서초등학교에 재직 중일 때 한 선생님이 전근을 오셨어요. 그분이 현재 수요일밴드를 같이하는 박대현 선생님이세요. 후배들 밥을 사주겠다며 나가자시더라구요. 저랑 다른 선생님 한 분까지 셋이서 차를 타고 가는데 박 선생님이 물어요. ‘이 선생님은 취미가 뭐냐’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뭔가에 홀린 것 같단다. 보통 그런 질문을 받으면 무난하게 ‘음악감상’이라고 답하던 평소와 달리 ‘노래 부르는 거요’라고 대답했다고.

    “실제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건 맞아요. 근데 취미를 묻는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요. 게다가 박 선생님은 제 말을 듣자마자 자신이 밴드를 만들려고 했다며 보컬을 제안하셨어요. 제가 당황해서 ‘제 노래도 안 들어보고요?’라고 되물으니 아무렴 괜찮다나요.”

    당시엔 장난인가 싶어 어물쩍 넘겼다. 그런데 그해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첫 연습을 시작했다. 박대현, 이가현 그리고 두 명 더해, 초기 수요일밴드가 결성되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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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서울에 위치한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연수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하고 심지어 춤도 춥니다”

    네 명으로 시작했던 ‘수요일밴드’는 멤버들 사정상 박대현·이가현 선생님만 남아 6년째 활동 중이다.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에 초대되기도 하고, 음원도 1년에 1곡씩 꾸준히 발표 중이다. 포털에 등록된 것만 해도 17곡이나 된다. 수익이 있냐 물었더니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있게 ‘5만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주 큰돈이죠. 돈을 벌었다는 사실보다는 남들이 듣는 음악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잘 모르지만 1분 이상 스트리밍하면 음원값으로 2~3원 정도, 월정액을 끊어서 들으면 한 곡당 20~30원, 그냥 다운받으면 200~300원 정도의 가격이 매겨지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저희가 번 5만원은 몇만명이 스트리밍해야 벌 수 있는 돈이잖아요. 제대로 하고 있구나 싶은 거죠.”

    영상을 만들어보자며 2016년 시작한 ‘교사영상제작단 뻘짓’과 작년에 대학 후배가 함께 하자고 제안해 하게 된 ‘춤추는 선생님들 춤춤’도 순항 중이다.

    “춤춤은 가끔 공연비가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 밴드 말고는 수익은 없다고 봐야죠. 돈을 벌자고 하는 게 아니라서 크게 신경도 안 쓰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게 의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열심히’보다는 ‘잘’하려고 한다. 수요일은 밴드 연습, 금요일은 춤 연습의 날이다. 욕심이 있으니까 스트레스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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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이가현 교사가 활동하고 있는 ‘춤추는 선생님들 춤춤’이 서울 회기역 근처에서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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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이가현 교사가 활동하고 있는 ‘춤추는 선생님들 춤춤’이 서울 회기역 근처에서 공연하고 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자

    기자가 보기에 이 선생님은 참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아 물었다. 어쩌다 이것들을 다 하게 되었냐고.

    “말 그대로 ‘어쩌다’에요. 수요일밴드와 교사영상제작단은 박 선생님이, 춤춤은 후배가 해보자고 제안했고 저는 뜻을 같이 하기로 한 거죠.”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관심이 많았다. 특히나 노래를 좋아해 초등학교 땐 중창단에 들어가 ‘고향의 봄 동요제’에도 나갔다. 초등학생 때부터 꿈꿨던 가수와 선생님 중 선생님을 택해 진주교대를 진학했지만 노래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대학교를 그냥 졸업하기 아쉬워 4학년 때 가요제에 서기도 했다.

    “제가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심지어 춤도 추잖아요. 생각해보면 전 사람들 앞에,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기회는 앞머리만 있고 뒤통수는 대머리라고 했다. 기회는 올 때 잡아야지 지나간 후에 잡으려 해서는 절대 안 잡힌다는 말이다. 기회를 참 잘 잡는구나 싶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자는 주의예요. 해보고 아니면 그만두면 되죠. 안 하면 크게 후회할 테니까요.”

    사뭇 진지한 표정을 띠던 가현씨는 “일단 체력이 좋아야 한다”면서 크게 웃었다. “제가 생각할 때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 엄청난 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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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현 교사가 호암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성승건 기자/

    ◆취미의 순기능

    좋아하는 일을 하며 얻는 에너지는 가현씨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제가 기운이 없고 불행하다면 아이들이 말을 걸어도 말하기 싫을 거 아니에요. 수업할 때 에너지도 적을 거고요. 그렇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에너지를 얻으면 당연히 교실로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도 더 많을 테고. 그런 걸 아이들도, 학부모님들도 잘 알아서 제 활동들을 좋아해주세요.”

    본말이 전도되지 않기 위한 공부도 열심이다.

    “제가 바깥에만 신경 쓴다고 수업을 못하거나 학급운영이 잘 안 되거나 하면 제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할 거잖아요. 그렇다 보니 수업·학급운영 공부를 위해 지금 경남지역 단위 선생님들 공부모임인 ‘행복교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자신의 삶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도 믿는다.

    “제가 뛰어다니면서 뛰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은 말 안 들을 거에요. ‘너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겁게 살아라’ 말하면서 저는 불행하게 살면 아이들은 저건 말이 안 맞다고 생각할 거란 말이죠. 그래서 저는 그냥 제 삶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할까요?”

    ◆순간을 소중히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을 좋아하거든요. ‘죽음을 기억하라’인데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의미 같아요. 제가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어차피 시간은 가는데 아등바등 사는 것보다는 매 순간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아요.”

    무조건 취미를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직장생활만으로도 힘들다는 분들은 안 해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게 없으면 잘못된 것 같고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 같고 이건 아니라고 봐요. 어느 날 문득 자기가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 생각보다는 행동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가현씨가 하고 싶은 말은 ‘수요일밴드’다. “다들 수요일에 연습해서 수요일밴드냐 물으시던데 그건 아니고요. 수요일은 월·화·목·금요일의 중간에 있기도 하고, 고학년들 수업시수가 적어요. 선생님들 연수도 많고요. 그래서 중간에 쉬어가는 느낌의 음악을 하자는 의미에요. 하루하루 너무 바쁘겠지만 쉬어가면 좋지 않을까요?”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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