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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연례화된 해외연수, 지방의회에 득인가 독인가?- 송광태(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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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의원 해외연수는 반복되는 논란거리이다. 전국 243개 지방의회가 해마다 해외연수를 다녀오니 전국적인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의 문제점으로 지방의회가 1년 내내 비난을 받고 있다. 경남도 예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는 예산이 배정되어 있으니 유혹을 뿌리칠 수 없고, 지방자치를 제도적으로 도와야 할 중앙정부(행정안전부)는 지방의원 국외여비를 반영한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기준을 만들어놓고 지방의회가 비난받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 왔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회는 지역사회와 주민들로부터 지방예산을 낭비하는 기관으로 반복적으로 각인되고 있다.

    지방의원 해외연수제도가 탄생한 배경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명예직 시절의 잔재와 국제화 추구가 그것이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간에 차이는 있지만 동일 의회 모든 지방의원에게 균등하게 예산을 배정하는 현행의 해외연수제도는 지방의원 명예직 시절에 시작되었고, 해외여행이 드물었던 90년대에 만들어진 제도이다. 월정수당을 지급하는 현재와는 달리 초기 지방의원에게는 일비와 여비 등 소액의 경비를 지급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당시는 지방의원 해외연수가 의원직 수행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여겨져 온 측면이 있었다. 또한 지방의회가 다시 출범하였던 90년대에는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지금과 같이 보편화되기 전이어서 여행이 주가 된 해외견학 그 자체가 지방의원들의 시야를 넓히고 국제화를 추구하는 데 나름의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6년부터 소위 월정수당을 지급하는 유급제로 지방의원 보수제도가 바뀌었다. 또한 근래에 들어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이 제도가 초기에 가졌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위주로 이루어지는 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제도의 변화, 시대적 조류 및 국민적 정서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사료된다.

    제도 설치의 근거와 명칭 또한 지방의회가 비난받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현재 경상남도 내 도의회와 시·군의회의 지방의원 해외연수는 조례가 아닌 규정과 규칙에 담고 있어 엄격성이 떨어진다. 또한 제도의 명칭은 도의회와 진주시의회 및 산청군의회(각각 연수, 연수 및 출장, 출장)를 제외하고는 ‘연수’가 아닌 ‘여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수 지방의회의 경우 해외연수가 해외여행으로 인식되도록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관광지가 다수 포함된 계획에 대해 큰 죄책감을 가지지 않게 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필자는 현재처럼 운영되는 지방의원 해외연수는 지방의회에 득(得)보다 실(失)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실을 넘어 독이 되고 있다. 이에 그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모든 의원에게 일률적으로 동일한 예산을 반영하여 소위 ‘외유’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현행의 해외연수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에 여비나 의정운영공통경비를 통해 해외 지방자치단체 의회와의 자매결연, 특정 정책안 마련을 위한 현지 조사 등 의정업무 수행 중 불가피하게 해외를 나가야만 하는 경우에 한해서 해당 의원에게 해외 출장을 허용하도록 근본적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

    다시 지방자치시대를 연 지 어언 28년째이다. 여전히 자치단체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가 진정으로 풀뿌리 지방자치를 바란다면 조속히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의 지침이 되는 정부의 예산편성기준에서 인원수대로 반영하는 지방의원 국외여비를 없애고, 그 금액 정도를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원 의정활동비의 상한선을 늘리는 데 반영하면 지방의회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선출직은 그것이 국가경영자든 지방경영자든, 국회의원이든 지방의원이든 간에 주권자인 국민과 주민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는 행동기준을 따를 것이 요구된다. 이를 무시한 경영자와 의원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국민(주민)의 대변자 내지는 대표가 아니라 권력자로 전락하게 된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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