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저 사람들
배를 끌고
산으로 갈까요
홍어는 썩고 썩어
술은 벌써 동이 났는데
짜디짠 소금 가마를 싣고
벌거숭이 갯망둥이를 데리고
어쩌자고 저 사람들
거친 풀과 나무로 길을 엮으며
산으로 산으로 들까요
어느 바닷가,
꽃 이름이 그랬던가요
꽃 보러 가는 길
산경으로 가는 길
사람들
울며 노래하며
산으로 노를 젓지요
홍어는 썩고 썩어
내륙의 봄도 벌써 갔는데
어쩌자고 저 사람들
산경 가자 할까요
길에서 주워
돌탑에 올린 돌 하나
그게 목 부러진 동백이었는데
☞ 애기동백이 돌아왔다 가을에게서 봄의 바통이라도 넘겨받은 듯 방긋방긋 돌아왔다. 동백의 들러리 같은 저 꽃이 다 지고 나면 동백이 돌아올 것이다. 오일을 바른 듯 반들거리는 진초록 잎사귀와 겹겹의 붉은 꽃송이를 자랑처럼 치켜들고 돌아올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꽃나무들이 입었던 옷(잎사귀)마저도 포기해야만 하는 척박한 계절에 여름꽃나무보다 더 살찌고 더 푸르고 붉은 잎이며 꽃송이며, 만개한 꽃목을 댕강 자른 듯 송이째 지는 동백의 그 가없는 신비를 아이러니를, 이 시는 산경(이상향)과 동일시한다.
그리하여 산경 가는 길은 ‘짜디짠 소금 가마를 싣고/벌거숭이 갯망둥이를 데리고’ 가는 ‘거친 풀과 나무로’ 엮은 길이고, ‘홍어가 썩고 썩어’ 내륙의 봄도 가고, ‘길에서 주워/돌탑에 올린 돌’이 ‘목 부러진 동백’이고, ‘울며 노래하며/산으로 노를 젓’는, 모순과 아이러니의 길이 된다. 생각하면 지금 우리들도 저마다 산경 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산경이 아니면, 동백이 겨울의 아름다운 신부처럼 찬란한 길을 달팽이허리를 한 백발노인이 납작 찌그러진 박스 쪼가리를 애지중지 보행기에 태우고 어디로 간단 말인가! 집안에 온갖 꽃나무를 들여 꽃 피워놓고 원수처럼 싸우다 나란히 손잡고 가는 곳이 산경 아니면 어디란 말인가! 조은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