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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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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송찬호

  • 기사입력 : 2018-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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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자고 저 사람들

    배를 끌고

    산으로 갈까요

    홍어는 썩고 썩어

    술은 벌써 동이 났는데



    짜디짠 소금 가마를 싣고

    벌거숭이 갯망둥이를 데리고

    어쩌자고 저 사람들

    거친 풀과 나무로 길을 엮으며

    산으로 산으로 들까요



    어느 바닷가,

    꽃 이름이 그랬던가요

    꽃 보러 가는 길

    산경으로 가는 길

    사람들



    울며 노래하며

    산으로 노를 젓지요

    홍어는 썩고 썩어

    내륙의 봄도 벌써 갔는데



    어쩌자고 저 사람들

    산경 가자 할까요

    길에서 주워

    돌탑에 올린 돌 하나

    그게 목 부러진 동백이었는데

    ☞ 애기동백이 돌아왔다 가을에게서 봄의 바통이라도 넘겨받은 듯 방긋방긋 돌아왔다. 동백의 들러리 같은 저 꽃이 다 지고 나면 동백이 돌아올 것이다. 오일을 바른 듯 반들거리는 진초록 잎사귀와 겹겹의 붉은 꽃송이를 자랑처럼 치켜들고 돌아올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꽃나무들이 입었던 옷(잎사귀)마저도 포기해야만 하는 척박한 계절에 여름꽃나무보다 더 살찌고 더 푸르고 붉은 잎이며 꽃송이며, 만개한 꽃목을 댕강 자른 듯 송이째 지는 동백의 그 가없는 신비를 아이러니를, 이 시는 산경(이상향)과 동일시한다.

    그리하여 산경 가는 길은 ‘짜디짠 소금 가마를 싣고/벌거숭이 갯망둥이를 데리고’ 가는 ‘거친 풀과 나무로’ 엮은 길이고, ‘홍어가 썩고 썩어’ 내륙의 봄도 가고, ‘길에서 주워/돌탑에 올린 돌’이 ‘목 부러진 동백’이고, ‘울며 노래하며/산으로 노를 젓’는, 모순과 아이러니의 길이 된다. 생각하면 지금 우리들도 저마다 산경 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산경이 아니면, 동백이 겨울의 아름다운 신부처럼 찬란한 길을 달팽이허리를 한 백발노인이 납작 찌그러진 박스 쪼가리를 애지중지 보행기에 태우고 어디로 간단 말인가! 집안에 온갖 꽃나무를 들여 꽃 피워놓고 원수처럼 싸우다 나란히 손잡고 가는 곳이 산경 아니면 어디란 말인가! 조은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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