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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산수를 잘하자-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18-1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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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이 공학이다 보니 그렇게 싫어하던 수학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 그러한 영향인지 일상생활에서의 간단한 계산조차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일부러 못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 나를 두고 아내는 수학은 곧잘 하면서 간단한 산수는 왜 못하냐고 타박을 주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얼핏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을 복잡한 수학처럼 풀려고 하지는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단순한 산수만으로도 뚜렷한 답이 보이는데도 말이다.

    예를 들자면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다단계사업 같은 것이 되겠다. 필자도 이십여 년 전에 허황된 욕심에 사로잡혀 잠시나마 손을 담그기도 했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단순한 산수로 풀어보면 답이 나오는 것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라는 후회가 된다. 다단계사업은 수익의 대부분을 극소수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 구체적인 통계자료에 의하면 그 비율이 통상 0.1% 내외라고 한다. 즉, 본인이 천 명 중의 999명을 경쟁해서 이겨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간단한 산수이다. 우리가 어떤 분야, 어떤 상황에서 천 명 중의 999명을 이기고도 성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예를 들면 지금 사회적으로 심각한 일자리 미스매칭이다. 요즘 청년들이 삼포세대니 N포세대니 하며 부단한 노력을 해도 미래가 암울하기만 한 시대에 살고 있는 현실을 백분 공감하고 있다.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며 본인이 노력한 만큼에 대한 충분한 결과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잘못된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 기성세대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크다. 그러나 여기에도 단순한 산수로 풀어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신규 채용 인원은 약 10만명 정도이다. 반면 신규 대학 졸업자를 포함한 구직활동자는 그 열 배가 넘는 약 백만 명 정도이다. 즉 본인이 가진 능력과 들인 노력이 다른 90만명보다 객관적으로 월등해야만 원하는 회사에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 같은 경우는 이보다 훨씬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으니 더 말 할 필요가 없겠다. 결국 암울한 사회 현실과 어려운 주변 환경을 탓하기 전에 본인의 능력과 노력을 간단한 비율로 환산하여 산수로 풀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과 구직자의 일자리 미스매칭은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의 수학 문제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 대학도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자격증도 없고 학점도 낮고 인성도 되어 있지 않아 누가 봐도 도저히 대기업에 합격할 수 있는 학생이 아닌데, 벌써 수십 군데 대기업 공채에만 지원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그런 학생을 1년이고 2년이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용돈 주어가며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는 부모님들이다. 자기 자식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것은 백 번 이해하지만 자녀들이 앞으로 독립적인 사회생활을 통해 성공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가진 능력과 들인 노력이 상위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회사에 취직도 못하니 나는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했다고 다 성공할 수는 없다. 본인의 역량과 열정에 맞는 위치를 찾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지혜인 것이다. 문득 더글러스 멜로크의 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는 다 선장이 될 수 없다. / 선원도 있어야 한다. / 우리는 누구나 쓸모 있는 존재다. / 해야 할 큰 일이 있다. / 또한 작은 일이 있다. /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까이에 있다. --중략-- 승리와 실패가 문제가 아니다. / 당신의 최선을 다하라.

    최국진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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