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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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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모두를 품는 리더십- 이준택(한경대 생명빅데이터연구소 교수)

  • 기사입력 : 2018-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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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히딩크의 리더십을 이르는 말로, ’히딩크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있다.

    월드컵 당시 약체로 평가받던 한국 팀을 4강까지 진출시키며 “꿈은 이루어진다”는 비전을 한국에게 제시한 경력이 있다. 그로부터 약 16년 후, 그와 아주 유사한 사례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인물이 있다. 바로 월드컵대표팀의 수석코치를 맡았던 박항서 감독이다.

    그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고 얼마 되지 않아 베트남 축구는 완전히 바뀌었다. 10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태국을 상대로 승리를 이뤘고, 지난 15일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약체로 평가받던 베트남 팀의 멈출 줄 모르는 질주에 온 베트남이 열광하고 있다. 박 감독이 보여준 이 믿기지 않는 기적을 두고 우리들은 ‘박항서 매직’이라고 부른다.

    히딩크는 냉정한 승부사다. 그는 2002년 초 부진한 성적으로 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을 때도 소신대로 선수들을 훈련시켰다. 히딩크의 전략은 축구경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훈련에 임해서는 축구에 관한 전문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과학적인 장비를 동원해 선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상대팀의 전력과 통계를 꼼꼼히 분석해 경기 전술을 짰다. 히딩크가 보여준 원칙에 기초한 소신과 기본에 충실한 과학적 전략들을 조직 운영에 적용하려는 것이 ‘히딩크 리더십’이다.

    그에 비해 박 감독은 조금 더 친화적인 감독이다. 그의 리더십은 권위적이지 않고 흉허물이 없는 친구의 리더십이다.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축구계에서, 후배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박 감독의 일화는 유명하다. 황선홍이 2002년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달려가 포옹한 사람은 히딩크가 아닌 박 감독이었다.

    그는 ‘이 사람은 절대로 나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신의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다. 이런 점은 히딩크 감독보다 더 뛰어난 점이다. 박 감독은 진심으로 한 선수 한 선수의 성공을 위해 헌신한다. 자신의 주위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기를 살려준다. 이런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우리나라는 과연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정부가 내년에 펼칠 경제 정책의 핵심 중 하나가 ‘자영업자 살리기’가 되리라는 것은 곧 발표할 예정인 ‘자영업 종합대책’(가칭)만 봐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득주도 성장의 간판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은 의도와는 다르게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여태 기형적으로 누적되어 왔던 영세 자영업 구조의 악화에 ‘최저임금 인상’이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자영업 성장 종합대책과 안전망 강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제야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장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수는 결코 적지 않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4, 5년 후의 장기 대책보다는 몸에 와 닿을 현장 밀착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영업자들을 부르주아급의 국민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저임금’에 관련된 기사에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반발, 적대심이 드러나는 댓글들이 달려있는 걸 종종 본다.

    물론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취득한 자영업자들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그저 본인의 조그마한 일터를 가진 가장들이다. 그들 또한 이 사회에서 땀 흘리며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정책에 반발하면서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나는 이러한 약자들이 존재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지, 또 현 대통령의 리더십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준택 (한경대 생명빅데이터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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