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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도의회 인사청문회는 낙제 수준이었다- 이학수(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8-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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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내세운 김경수 도지사의 결단으로 출자출연기관장 인사검증이 도입됐다. 그동안 출자출연기관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경남테크노파크와 경남개발공사, 경남신용보증재단의 채용비리,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의 갑질,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경남발전연구원장들. 그래서 능력과 자격을 갖춘 높은 도덕성의 인물을 가려내는 도의회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하지만 막상 인사청문회 뚜껑을 열고 보니 싱겁기 그지없었다.

    국회와 같은 ‘송곳 검증’을 기대한 도민들은 맥빠진 청문회, 하나 마나 한 청문회라며 냉소를 보낸다. 한마디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화살은 언론으로도 향했다. “도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어디에 원인이 있었을까.

    우선 ‘깜깜이 검증’에 있다. 임용 후보자가 군대는 갔다왔는지,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 위장전입은 없었는지, 재산신고는 제대로 했는지…. 도민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했다. 아무리 도덕성 검증이 비공개라지만, 국회는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 확인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 기간 중 이 같은 보도자료를 낸 의원은 없었다. 물론 수많은 보좌관의 도움을 받는 국회의원과 ‘나홀로’ 도의원의 차이를 모르는 바 아니다.

    초선이 다수인 도의회지만 초선다운 열정과 패기도 부족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추가자료제출 요구가 700~800건에 이르고, 의원들마다 서면질의도 수두룩하다.

    이번에 도의회의 추가자료 제출 요구는 경남발전연구원장 27건,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19건,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 13건, 경남개발공사 사장 9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6건, 경남테크노파크 원장 3건이었다. 서면질의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6건이 전부다.

    도덕성 검증시간은 경남개발공사 사장의 경우 고작 11분이었다.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27분, 경남발전연구원장 33분,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 39분, 경남테크노파크 원장 46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57분이었다.

    공개로 진행한 능력·자격검증은 밋밋했다. 국회는 보충질의, 추가질의, 재질의로 불꽃 튀는 공방전을 벌이고, 팽팽한 여야 기싸움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도의회 인사청문회 중계를 보면서 잠이 올 지경이었다. 준비 안 된 질의에다 지역구 청탁성 발언, 후보자 대변인 같은 발언이 적지 않았다.

    한 위원회는 짧은 기간에 후보자 세 명을 검증했다. 부실검증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국회 청문회를 모니터하고 예행연습을 했을 후보들은 내심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도의회가 채택한 한 후보자의 경과보고서를 보면 ‘기관 설립목적에 맞게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충분히 기관장으로서 역할 수행, 직원들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임, 해결책을 찾으려는 의지가 엿보임, 왕성한 활동이 기대됨’으로 기술됐다. 이 정도 되면 도지사가 최적의 인물을 골랐다는 극찬이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도의회를 검증한 종합의견을 도민께 보고한다. <종합의견> 깜깜이 진행으로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도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으며, 석연찮은 후보에 대해 검증이 부족했다고 판단된다. 이에 기준점 70점에 미달해 ‘부적합’ 의견을 낸다. 도의회는 충분한 검증시간 확보 등 내실 있는 인사청문회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

    이학수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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