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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대법원의 사법행정 개혁안- 김주열(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 기사입력 : 2018-1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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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법원조직법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지난 12월 12일이다. 양승태 코트(court)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부터 비롯돼 3차에 걸친 대법원 자체조사, 검찰에 의한 사상 초유의 대법원 압수·수색과 고위 법관 구속에 이어 전(前) 대법관들 기소, 사법행정 남용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한 전국법관대표회의, 관련 법관들에 대한 징계 등 2018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김명수 코트’가 한 해를 결산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낸 개혁안이다.

    개혁안은 △기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심의·의결기구인 사법행정회의와 법원사무처로 분리하고, △사법행정회의는 대법원장이 의장을 맡고 법관위원 5명과 비(非)법관 정무직인 법원사무처장 1명,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외부위원 4명 등 11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사법행정회의 심의·의결사항 중 법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부분은 별도의 법관으로만 구성된 법관인사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법원사무처장을 비(非)법관으로 하되, 대법관회의의 동의 및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위 개혁안은 사법발전위원회로부터 받은 권고안에서 많이 후퇴했다는 평가와 함께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이고 학계로부터도 “사법행정 개혁안의 핵심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의 분산인데 개혁안대로라면 사법행정회의에는 상근직으로 대법원장과 법원사무처장만 있게 되는 결과가 돼 종전과 달라질 게 없으므로, 개혁 의지의 후퇴, 개혁 의지가 없다”는 등의 혹평과 함께 사법행정회의의 △총괄기구화 △법관·비법관 구성비율 △비법관위원의 상근직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별 수평적 사법행정회의 운영 △시민사회에 의한 법관인사 견제·감시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명수 코트’가 출범한 지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비로소 내놓은 개혁안이 각계각층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심지어 법원 내부에서조차도 이견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개혁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더군다나 이것이 ‘사법권의 독립’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법원은 올해로 출범 70주년을 맞이하는 동안 외부의 권력으로 인해 당연히 행사해야 할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4차례의 사법파동을 겪기는 하였으나, 내부의 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함으로써 -아직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양승태 코트에서는 이것이 문제되었다- ‘재판의 독립’이 침해됨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사법부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게 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본질이다.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 사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했다면, 오늘의 사법파동은 사법부 내부의 권력 남용이 낳은 문제이다.

    사법부 내에서 많은 논의를 거치고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반성으로 제시한 이번 개혁안에 대해, 물론 논의과정은 거쳐야 하고 미세조정 또한 필요하겠지만, 정치권·학계·시민사회단체 등 외부에서 또 다른 압박으로 제도 개선을 강요한다면, 그리하여 사법행정회의에 여론을 비롯한 외부의 권력이 침투될 수 있도록 된다면, 새로운 외부 세력에 의한 ‘사법권 독립 침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한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도 있다.

    지난 1년여의 김명수 코트는 분명 변했고 종전과 다르다. 우선 ‘출신학교, 순수 재야(변호사) 출신, 4명의 여성’ 대법관 등 그 구성을 다양화해 대법원의 안정을 꾀했고, 양심적 병역거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판결 등 미뤄왔던 재판들에 대해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대한 공과와 반대론도 분명 있을 수 있겠지만 강점 또한 분명히 있다. 사법행정 개혁안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또다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법부의 독립과 국민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라는 강점을 지켜내고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자성·통찰·노력과 외부의 격려·지원이 필요한 것이지 외부의 힘과 여론에 의한 강요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김주열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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