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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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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92)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62

“노래 한 곡 불러 드릴게요”

  • 기사입력 : 2018-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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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는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이정식이 살 만치 살았다고 생각했다.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쯧쯧… 애들을 버렸군.”

    “그래서 애들 둘을 수양딸과 아들로 삼았어요.”

    서경숙이 미소를 지었다.

    ‘이 양반이 왜 누나를 부른 거지?’

    김진호는 이정식을 자세하게 살폈다. 그가 서경숙을 부른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정식과 서경숙은 마치 선문답을 하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기 자식은 내쫓고 남의 자식을 집으로 끌어들였어?”

    “노래를 아주 잘해요. 얼굴도 예쁘고….”

    “언제 한번 데리고 와 봐.”

    “그러잖아도 제가 불렀어요. 회장님께 인사시켜 드리려고….”

    “아주 멋대로구나.”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다.

    “유능한 비서는 회장님이 지시하기 전에 미리 챙겨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여자 도우미들이 차와 간단한 과자를 가지고 왔다. 서경숙 앞에 작은 탁자를 갖다 놓고 차와 비스킷을 놓았다.

    “회장님은….”

    “나는 못 먹어.”

    이정식이 손을 내저었다. 김진호는 대추차를 마시고 비스킷을 먹었다. 그때 집사가 시언이와 준희를 데리고 들어왔다. 시언이는 붉은 색의 치파오를 입고 있었다. 긴장하고 있었으나 김진호를 보고 얼굴이 풀어졌다.

    “회장님께 인사 드려.”

    서경숙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시언이와 준희가 인사를 했다.

    “중국 애들이에요.”

    “그래?”

    “노래 한 곡 불러 드릴게요.”

    서경숙은 시언이와 이야기가 되어 있었던 듯했다. 아이들에게 눈짓을 했다. 시언이가 <아리산의 꾸냥>을 부르고 준희가 코러스를 넣었다.



    높은 산은 푸르고

    시냇물은 맑네.

    아리산의 처녀는 물처럼 아름답네.

    아리산의 소년은 높은 산을 닮았네.



    오랜만에 들어보는 시언이의 노래다. 맑고 고운 노랫소리에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났다. 언제 들어도 청아한 노래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곡조도 애잔한 편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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