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1월 1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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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일본 기타큐슈

은하철도 타고 추억여행 떠나다
기타큐슈 중심가인 ‘고쿠라역’
곱창전골 ‘모츠나베’ 등 먹거리 많아

  • 기사입력 : 2019-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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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가까운 일본= 기타큐슈는 정말 가깝다. 김해에서 서울까지 약 390㎞, KTX로 3시간, 비행기로 1시간. 김해에서 기타큐슈까지 약 270㎞, KTX는 이용할 수 없지만 비행기로 고작 45분 거리다. 집에서 출발해서 국경을 넘어 기타큐슈의 시내까지 3시간도 채 안 걸렸다.

    특히 비행기는 이륙 안내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착륙 안내 방송이 나와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평일 오후였기 때문에 공항도 매우 한산했다. 지체 없이 입국심사를 마치고 시내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예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한 덕분에 숙소 체크인 시간까지 여유가 생겼다. 이런 자투리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은 바로 ‘한 끼라도 더 먹기’라고 판단,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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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큐슈 중심가인 고쿠라역. 기차와 모노레일 노선이 잘 정비돼 있다.

    △먹방의 발단= 기타큐슈의 중심 번화가는 고쿠라역이다. 고쿠라역 바로 앞에는 우오마치 아케이드가 있다. 일본 여행 필수 방문 코스 드러그 스토어들을 비롯해 스케상 우동, 이치란 라멘 등 각종 프랜차이즈 음식점들과 로컬 식당들이 모여 있다.

    개인적으로 실패 확률이 낮은 프랜차이즈보다는 위험 부담이 크더라도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식당과 메뉴를 선호하는 편이다. 고독한 미식가에 빙의해 아케이드를 두리번거리던 도중 한 라멘집이 눈에 띄었다. 가게 앞 배너에 ‘3위’라는 한자가 적힌 것을 보니 내공 있는 집임에 틀림없다. “Best” 스티커가 붙어있는 카라네기 탄탄멘을 주문했다. 진한 고기 육수 베이스의 매콤한 국물 그리고 그 위에 소담스럽게 올라간 파채. 비주얼 합격. 꼬들꼬들한 면발에 고소한 국물, 그리고 다진 고기와 땅콩에서 나오는 기름진 맛을 담백하게 잡아주면서 아삭한 식감까지 더한 파채의 활약이 특히 돋보이는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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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방의 전개= 기타큐슈 여행을 회상해보면 기억에 남는 음식들이 많다. 아마도 한국의 일식집에서는 보기 드문 메뉴들을 맛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나는 ‘야키카레’다. 야키카레는 기타큐슈 모지코 지역의 명물이다. 야키카레는 진한 카레 위에 날달걀과 치즈를 듬뿍 뿌리고 오븐에 구워내는 카레다. 설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뜨거운 야키카레 한입에 차가운 맥주로 입가심을 하면… 세상 행복하다.

    모지코에서 경험한 또 하나의 특별한 메뉴는 ‘기와소바’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이름 그대로 기와 위에 얹어져 나오는 소바(메밀면) 요리다. 뜨겁게 달구어진 기와 위에 녹차소바를 얹고 그리고 그 위에 달걀 지단과 고기 고명을 수북하게 올린다. 함께 나오는 쯔유에 소바를 적시고 무즙을 곁들여 먹는다. 식사가 마무리될 쯤에는 소바가 기와에 눌어붙어 라면땅처럼 바삭바삭해진 소바를 디저트 대신 즐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라면땅이 아닌 소바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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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지코의 특별한 메뉴 ‘기와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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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쿠라 우오마치 아케이드 근처의 일본식 곱창전골 '모츠나베'.

    △위기 없이 찾아온 먹방의 절정과 결말= 기타큐슈 로컬 음식점 탐방의 절정을 찍은 곳은 고쿠라 우오마치 아케이드 근처의 일본식 곱창전골 집이다. 모츠나베라고 불리는 이 요리도 지역 명물이라고 한다. 한국의 곱창과는 조금 다르게 탱글탱글함이 살아있다. 전골 요리 특성상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내가 방문했던 집은 1인분도 주문이 가능했다. 개인 버너 위에 냄비를 얹고 보글보글 끓여 함께 주문한 명란밥과 같이 먹었다. 깔끔하면서도 진한 국물 맛과 탱글탱글한 곱창의 식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끓여서 먹다 보니 국물이 졸아들어 점점 짜지긴 했지만 원래 일본 본토 음식의 간을 감안하면 그리 짠 편도 아니었다.

    요즘 같은 겨울날 부쩍 더 생각나는 음식이다. 이 화려한 먹방여행의 결말은 늘어난 몸무게일 것이다. 하지만 많이 걸으며 여행했기 때문에 그만큼 칼로리 소모가 많았을 거라 스스로 합리화해 본다. 물론 체중계에 올라가 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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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쿠라성.

    △고쿠라= 기타큐슈의 인구는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규슈 지방 내에서는 후쿠오카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일본 전체에서도 꽤나 큰 대도시에 속한다. 그러나 수치가 알려주는 규모에 비해 체감하기로는 대도시의 느낌은 적은 편이다. 대신에 명소와 식당, 상점들이 고쿠라 역 주변에 밀집돼 있어 이동 범위가 좁다. 게다가 철도의 나라답게 기차와 모노레일 노선도 매우 잘 정비돼 있어 이동이 쉽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도 고쿠라 출신이다.(기타큐슈 모노레일 외관 디자인 등 도시 곳곳에서 ‘은하철도 999’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고쿠라 성은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해자가 있는 독특하면서도 전형적인 일본 성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오사카성이나 나고야성같이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섬세한 외관이 매력적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천수각 내부로 들어가면 전시실이 나온다. 전시실에는 이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들과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계단을 따라 꼭대기층까지 올라가면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리버워크와 시청, 무라사키강 등을 볼 수 있는데 솔직히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멋지거나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다.

    고쿠라성을 방문한다면 개인적으로 전망대보다는 해자 주변을 따라 산책해보길 추천한다. 많이 먹기도 했으니까 더욱. 기타큐슈 특유의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주변에 정원도 잘 정비돼 있고 나무도 많기 때문에 걷기에 참 좋다. 바로 길 건너 리버워크 쇼핑몰도 위치해 있으니 걷다 갑자기 지름신이 오시더라도 코스 전환이 용이하다.

    다른 신이 생각난다면 고쿠라성과 바로 이어지는 야사카 신사로 향하면 된다. 민속신앙이 여전히 뿌리 깊은 일본에는 동네마다 신을 모시는 신사가 있다. 일본인들은 새해,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매듭마다 신사를 참배한다고 한다. 일부 신사들은 우리의 뼈아픈 역사를 상기시키는 장소이기 때문에 참배하는 것이 부적절하지만 방문을 주의해야 할 곳들을 제외하고는 일본 전통문화를 체험한다는 의미에서 잠시 들러 소소한 소원들을 빌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손을 깨끗이 씻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밧줄을 흔들었다. 그리고 마패 뒤편에 소원을 적어 다른 이들의 소원 곁에 걸어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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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지코항 바나나맨 동상.

    △모지코= 고쿠라역에서 JR열차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모지코에 도착한다. 모지코에는 메이지 시대부터 다이쇼 시대에 걸쳐 지어진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무려 120년의 역사다. 역사의 흔적들은 한때 일본의 관문으로 번영했던 모지코항의 명성을 느끼게 한다. 독특하고 낭만적인 복고풍 건물들의 분위기는 잔잔한 바다의 풍경과 함께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 건물들 중 미쓰이 구락부에는 실제 아인슈타인 박사 부부가 머물렀던 방이 보존돼 있다.

    모지코역 그 자체도 문화재다. 옛 기차역 모습이 그대로 남은 JR모지코역은 일본 철도 역사상 최초로 중요문화재에 지정됐다고 한다. 역무원들도 옛날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근무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모지코 항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바나나가 수입된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바나나를 형상화한 유쾌한 모습의 동상도 있다. 모지코에서의 뜻밖의 행운 같은 경험은 와타세 세이조 갤러리였다.

    평소 미술관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갤러리라는 글자만 보고 무슨 전시인지도 모른 채 입장했다. 와타세 세이조는 일본의 만화가다. 1945년생이라는 이 할아버지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아직까지도 일러스트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라고 한다. 나는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이분의 정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이분과 모지코의 연관성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했다. 갤러리의 작품들을 보니 이 할아버지 작가는 현재 아내와의 연애이야기 결혼생활을 일러스트로 그려냈다. 두 사람은 모지코에서 데이트를 자주 즐기셨는지 모지코를 배경으로 한 스냅사진 같은 일러스트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갤러리 내 선물가게에 들러 작품이 그려진 엽서들을 몇 장 구입했다. 보통 여행을 가면 그곳 풍경사진을 담은 엽서들을 구입하곤 하는데, 이렇게 일러스트로 된 엽서로 이곳의 모습을 기억하니 더욱 특별하게 기억돼 좋았다. 낭만적인 모지코의 풍경을 사진보다 더 달콤하고 따뜻하게 담아내서인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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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쿠라 야사카신사 소원 마패.

    △그 후 1년= 기타큐슈를 방문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야사카 신사 마패에 걸어둔 몇 가지 소원 중 꽤 많은 것들을 이룬 것 같다. 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은 이곳에 다시 올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타큐슈는 정말 가까운 곳이기에 쉽게 이룰 수 있는 소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긴 시간이 지났다.

    역사의 흔적,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예쁜 도시 기타큐슈에 조만간 다시 가고 싶다. 1년 전 미처 방문하지 못했던 일본의 3대 야경이라는 사라쿠라야마, 다케타 나가유 탄산온천, 모지코에서 간몬 터널로 이어진다는 시모노세키까지. 다시 가봐야 할 이유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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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수나

    △1988년 부산 출생

    △ 조지워싱턴대학교 정치학 전공

    △ 경남메세나협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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