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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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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희망사항- 김시탁(창원예총회장)

  • 기사입력 : 2019-0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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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명나라 유학자 왕양명의 시 구절을 빌리자면 보검은 거친 숫돌에서 연마되어 나오고 매화의 향기는 혹독한 추위의 고통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지난 한 해를 힘겹게 보냈기에 새해에는 산뜻한 봄날 대지를 적시는 촉촉한 봄비 같은 소식들만 들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봄비를 쪽쪽 빨아 당겨서 사람들 영혼이 통통하게 살쪘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늘은 감사하고 내일은 감동받고 모레는 즐겁고 다가올 미래는 늘 행복해서 살맛 나는 세상에 이마가 닿을 수 있다면 마구 뒹굴다 죽어도 좋을씨구다.

    반목과 분열과 충돌이 없는 사회는 가만히 있어도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니 건전한 개체가 원활하게 제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 안 될 일도 없다.

    올해는 우리 국민들이 희망을 안고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청년들의 처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최저임금으로 고통받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도 더 이상 거리로 뛰쳐나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가장들도 고개를 들고 염장 내질러 외면한 TV 뉴스를 가족들과 편안하게 시청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즐겨야겠다. 국록을 먹는 공직자나 지도자 정치인들도 개미새끼 눈곱의 그림자만큼이라도 좋으니 민생 챙기고 국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더 이상 밥그릇 싸움 하지 말고 서로 헐뜯지도 말고 협치하고 화합하고 옳은 일에 동참해서 제대로 가는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비행기 되돌리는 일 없고 직원들 개 부리듯 하지 말고 울대 힘주고 내가 누군데 하고 거품 물며 갑질 그만했으면 좋겠다. 먼지 탈탈 털어 잡아넣으려고 혈안이 되지 말고 고귀한 생명을 함부로 던지는 일 같은 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가짜 뉴스 만들어 마녀사냥 인민재판하지 말고 지하에 계시는 김구 선생께서 벌떡 일어나게 할 일없으면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 부르는 일은 없어야겠고 촛불 켜고 태극기 흔들며 마른 대나무 쪼개지듯 국론 분열되는 소리 더 이상 듣고 싶은 국민은 아무도 없다. 내 새끼 입에 밥 퍼 넣으려고 남의 새끼 기죽이지 말고 남의 눈물로 내 속 채우면 반드시 급체한다는 사실도 좀 뼈저리게 깨달았으면 좋겠다. 희망사항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다 같이 노력하며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들이 있다. 서로 양보하는 것이다. 내 입 열기 전에 상대방 말에 먼저 귀 기울이고 빵을 나눌 때 육안으로 드러나게 내 것을 더 작게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뒷마당을 먼저 비질하는 것이며 궂은 일일수록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며 먼저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내 탓으로 돌리고 내 허물로 받아들이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다. 너무 빨리 내달리다 자빠져 마빡이 깨져도 근육질의 세월은 멈추지 않듯이 미친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겠지만 너무 막나가기 전에 주위도 돌아보자.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만과 아집과 고집은 덩어리째 개밥으로 던져주고 내로남불 따위는 닭 모이로 주면 된다.

    그리하여 너무 많이 쥐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비워나가면 오히려 사회는 속살이 차올라서 나눔의 진리가 눈을 뜨고 반목 대신 화합이 갈등 대신 평화가 찾아온다. 불신을 넘어 신뢰가 살아나고 어둠의 터널을 지나 찬란한 빛이 스며든다. 밝은 웃음을 흘리며 사람들은 서로 손을 맞잡는다. 빈손이 맨손을 만지고 있는 손이 없는 손을 더듬으며 고운 손이 거친 손을 덥석 잡고 흔들어 온기가 넘친다. 행복로 지름길을 그 따뜻한 희망이 엉덩이를 씩씩하게 흔들며 걷는 모습을 정녕 보고 싶은 것이다. 황금돼지띠 기해년 새해 희망사항이다.

    김시탁 (창원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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