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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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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02) 제24화 마법의 돌 ②

“반도체 회사를 창업할 거야?”

  • 기사입력 : 2019-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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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야인사들과 학생들이 대대적으로 체포되고 구속되었다. 민청학련사건이 터져 나라가 완전히 찬바람이 휘몰아쳤다. 정부나 유신헌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을 하면 영장도 없이 체포되고 구속되었다. 기관원들에 끌려가면 무수히 고문을 당했다.

    “정신 차려라! 조금만 실수하면 너희들이 체포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회사도 문을 닫게 된다.”

    아버지 이재영이 다그쳤다.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해도 좋다. 내가 돈으로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어쩌고 떠들지 마라. 이건 돈으로도 막을 수 없다!”

    이재영이 선언을 했다. 이정식은 민주주의니 독재니 하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삼일그룹의 후계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재영의 눈에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재영은 큰아들인 이성식을 좋아하고 있었다. 무엇이든지 이성식과 상의하려고 했고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내가 반도체를 한다고 해도 아버지는 들어주지 않겠구나.’

    이정식은 반도체에 이끌렸으나 선뜻 이재영에게 보고할 수 없었다. 그는 이성식에게 반도체 사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반도체 회사를 창업할 거야?”

    “형, 서울반도체 회사를 팔려고 하고 있어.”

    “누가?”

    “전 국회의장 아들.”

    “반도체는 우리 기술로 어림없어. 자칫하면 우리 삼일그룹을 말아먹을 거야.”

    이성식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한국은 경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1973년은 유류파동이 일어나 많은 회사가 문을 닫았다.

    1974년에는 긴급조치까지 선포되어 경제가 더욱 악화되었다. 이정식은 비서실에 근무하고 이성식은 삼일전자 상무를 맡고 있었다. 삼일전자는 텔레비전, 냉장고, 선풍기, 라디오, 전축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서울반도체를 인수해야 하는데….’

    이정식은 비서실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직원인 임충수와 의논했다.

    “과장님, 한번 조사해 볼까요?”

    “조사해 봐요. 반도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반도체?”

    “미국이나 일본의 반도체요.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조사해서 보고해요. 10년… 20년 후까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알겠습니다.”

    이정식은 깊이 생각에 잠겼다.

    이정식이 반도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류파동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재벌그룹인 삼일그룹도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유류파동으로 나라 안이 꽁꽁 얼어붙자 이정식은 자원을 들이지 않는 두뇌사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는 오랫동안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선진 여러 나라의 기업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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