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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느리게 산다는 것- 이준희(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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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간다. 책상에는 온갖 자질구레한 일거리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끼니도 거른 채 일 분 일 초를 다투며 일을 한다. 하지만 빡빡한 일정 속에 잠시도 긴장을 놓지 않고 일을 하다 보면 늘 마음은 불안하고 초조해 생활에 여유를 찾기 힘들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일상은 점점 우울해지고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한 철학자의 이야기다. 신께서 달팽이와 산책을 하라는 임무를 주셨다. 하지만 달팽이 걸음이 너무 느려 속도를 높여도 겨우 한 뼘을 갈 정도였다. 왜 신께서 자신에게 달팽이를 산책시키라고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신을 원망하기 위해 하늘을 바라본 순간 그는 마음이 평온해졌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생각을 떨치고 마음을 가라앉히니 어디선가 꽃향기가, 살랑거리는 바람이 느껴졌다. 그제야 함께 산책을 해준 것은 자신이 아니라 달팽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티끌 하나 없는 마음은 가벼워서 하늘로 날아가기 쉽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결코 게으르거나 나태한 것이 아니라 매순간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가장 평안한 마음으로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시 말해 ‘느리다’는 것은 자연과 평화로운 상태로 돌아가는 하나의 경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느린 인생은 어쩌면 달팽이와 함께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일상에 지친 마음을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만들려면 무엇보다 마음의 평정심이 필요하다.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즐기며 느린 걸음 속에서 삶의 여유와 진정한 인생의 맛을 음미해보자. 하루하루 긴장된 삶 속에서 달팽이처럼 느리게 걷는다는 것이 헛되어 보일 수도 있지만 ‘느림의 미학’처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지며 천천히 살아가는 진정한 삶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도심 곳곳의 도로에 내걸린 현수막에 ‘속도를 늦추면 사람이 보입니다’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닿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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