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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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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69) - 쓰다, 그림, 나다

  • 기사입력 : 2019-0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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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4282해(1949년) 만든 ‘셈본 5-1’의 60, 6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60쪽 첫째 줄에 ‘수판셈’이란 말이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수판’은 ‘주판’이라고 했고 ‘수판셈’은 ‘주산’이라고 했지요. ‘수판’을 ‘셈판’이라고도 했기 때문에 ‘셈판셈’이라는 말도 할 수 있는데 그런 말은 말모이(사전)에 올라 있지 않아 아쉽습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사라진 말이 되었지만 방과후학교에선 ‘주산 암산’을 배우는 아이들이 있답니다. 옛배움책처럼 ‘수판셈’과 ‘속셈’이란 말을 쓰면 더 좋겠습니다.

    61쪽 둘째 줄에 ‘사람을 쓰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쉬운 말이 있는데 ‘고용’ 또는 ‘고용하다’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적이 있지만 ‘사람’을 셀 때도 ‘명’이라는 하나치(단위)가 아닌 ‘사람’을 쓰고 있습니다.

    셋째 줄에 ‘원꼴’, 여섯째 줄에 ‘얼마꼴’, 열아홉째 줄과 마지막 줄에도 ‘꼴’이라는 말이 나오네요. 요즘 배움책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말이지만 ‘꼴’이라는 뒷가지가 ‘그 수량만큼 해당함’의 뜻을 더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면 자주 쓸 수 있는 말일 것입니다.

    여덟째 줄과 아홉째 줄에 ‘삯’이 있습니다. 앞서 본 적이 있는 말인데 요즘에도 ‘일당’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말모이(사전)에도 ‘일당’을 ‘하루 품삯’으로 다듬어 쓰자고 되어 있으니 ‘삯’이라는 말을 많이 쓰면 좋겠습니다.

    열넷째 줄에 ‘표를 그림으로 그려라’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에서 ‘그래프’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낯설게 느낄 수도 있지만 옛배움책에서는 이런 말을 썼다는 게 저로서는 참 반가웠습니다.

    열여덟째 줄에 ‘벼가 4693㎏ 났다’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에 ‘생산하다’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요즘 배움책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말인데 옛날 배움책에는 이렇게 썼네요. 제가 어릴 때 어른들께서 늘 쓰시던 말이기도 합니다. 삶 속에서 쓰는 말을 배움책에 그대로 쓴 것이 되겠습니다.

    스무째 줄과 마지막 줄에 나오는 ‘난 셈이냐?’라는 말도 나날살이에서 많이 쓰지만 배움책 물음으로 보니 더 반가웠습니다. 이처럼 삶에서 쓰는 말을 배움책에서 쓰고 어린 아이들이 배우는 배움책에는 될 수 있는 대로 쉬운 말을 써 준다면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도 쉬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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